미중 정상회담 한달…軍채널 복원에도 수출통제 등 곳곳 지뢰밭
바이든·시진핑 회담 한달여만에 양국 軍수뇌부 영상회담
대만·남중국해 갈등 속 상대 겨냥 수출통제는 오히려 강화
"대만·디리스킹·美대선 3대 변수로 내년 격동의 시기될것"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한 지 한 달이 조금 넘게 흘렀다.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대면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갈등으로 치닫던 미중 관계 안정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뜻을 모았다.
한달여가 지난 22일 현재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 핵심 합의사항인 군 통신채널 복원이란 가시적 결과물은 도출했지만, 여전히 상대국에 대한 수출통제 수위를 높이고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등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 군 통신채널은 1년 4개월 만에 복원…강조점은 서로 달라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핵심인 군 통신채널 복원은 한 달여만인 지난 21일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냈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과 류전리 중국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이날 영상 회담을 열고 많은 글로벌 및 지역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대미 군사 소통 채널을 대거 단절한 이후 1년 4개월 만에 이뤄진 최고위급 미중 군 당국자 간 소통이었다.
미중 양국은 각각 보도자료를 통해 영상 회담의 논의내용을 소개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강조점은 사뭇 달랐다.
미국 합참에 따르면 브라운 의장은 양측이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오판을 피하며, 열린 직접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양측간 오해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반면 중국 국방부는 소통과 교류 재개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류 참모장이 미국에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를 강조했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류 참모장은 또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 내정"이라며 "중국군은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고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존중하고 말과 행동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며 "실제 행동으로 지역의 평화·안정과 중미 관계의 정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은 채 미국 측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 대만 선거 앞두고 미중간 기싸움 팽팽
대만 총통선거(대선)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은 군사장비 판매 승인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대만의 전술정보 시스템 유지를 위한 3억 달러(약 3천912억 원) 규모의 장비 판매를 승인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주권 안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군사장비를 공급한 미국 기업에 대한 대응조치를 예고하며 맞서고 있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만해협 인근에서 군사 활동을 자제하고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군용기와 정찰풍선을 띄우고 내달 1일부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라 적용해왔던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등 군사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정상회담 이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일촉즉발의 상황은 다소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에는 강경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 美, 첨단기술 분야 통제수위 높여
미중 양국이 최근 들어 가장 첨예하게 맞붙는 지점은 무역 분야다.
양국은 이달 들어 미중 정상회담의 합의가 무색할 만큼 상대국을 겨냥한 수출통제 조치의 수위를 높이며 '팃포탯(tit for tat) 방식의 맞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우선 미국 정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 PNC 시스템을 비롯한 13개 기업을 '미검증 기관 명단'(UVL·Unverified List·수출 통제 우려 대상)에 추가 등재했다.
UVL은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의 직전 단계로, 미국 기술이나 상품을 수입할 자격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미국 관리들의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기업들이 명단에 오른다.
이와 함께 미국은 저가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가 미국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이를 위해 미국 기업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 등 중국의 범용 반도체 생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미국은 작년 10월 7일 발표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시작으로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군대를 현대화하는 데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왔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와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 기업 13곳을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 명단에 올리자 "중국 기업에 대한 무리한 압박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전기차 관세 인상 검토와 관련,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을 위협하는 노골적인 보호주의"라고 비판했다.
◇ 中, 희토류 등 수출통제로 맞불
중국 역시 '카드'를 쥔 분야에 대해서는 미국을 겨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사실상 자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가공 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 추출과 분리에 쓰이는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는 것이 원천 봉쇄된다.
명목상 이유는 국가안보와 공공이익 보호지만 속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무역 제한 조치 확대에 맞서 세계 청정에너지 시장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 8월부터 반도체 소재인 게르마늄과 갈륨 수출을 통제했고 지난 1일부터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 제한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가 애플의 아이폰 등 외국 브랜드 휴대전화 사용 금지령을 확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다분히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핵실험 재개 문제도 양국 간 또다른 갈등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위성사진 확인 결과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뤄부포호(Lop Nur)의 핵실험장과 인근에서 시설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뤄부포호는 중국이 지난 1964년 첫 핵실험을 실시한 장소로 전문가들의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이곳 핵실험장에서 최근 새로운 갱도를 판 움직임이 확인됐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근거 없이 중국의 핵 위협론을 부추긴다"고 반발했다.
◇ 내년엔 더 격동의 시기 보낼 듯
미중 양국이 이처럼 곳곳에서 충돌하는 것은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전략경쟁이란 양국 관계의 본질은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미중 관계가 내년에 더 격동의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중국 앞에는 대만 문제·디리스킹(위험 제거)·미국 대선이라는 3대 변수가 놓여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올해의 경우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과 첨단반도체 문제 등으로 갈등과 대립의 시기를 보낸 뒤 지난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어렵게 봉합했으나, 내년에는 상황이 이보다 더 거칠게 진행될 것이라고 통신은 전망했다.
jkhan@yna.co.kr
j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