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 기술인력 10만명 감원…이들의 선택은?
기존업무 이외 분야 진출도 많아, "새 기회로 활용하는 게 중요"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에 본사를 둔 IT 기업에서만 10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해고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컴퓨터를 비롯한 관련 기술 분야로 재취업했지만 일부는 기존 업무와 상관없는 쪽으로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잃었다고 상심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믿고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2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구글이 지난 1월 1만2천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했고, 같은 달 마이크로소프트도 직원 1만명 감축 소식을 전했다.
메타도 2022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친 정리해고로 수천 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인력회사 로버트 하프의 글로벌 인재 설루션 담당 메건 슬라빈스키 사장은 "1년 내내 지속되는 물고문처럼 거의 매달 대규모 IT 인력 해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링크트인 인력파일 분석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술 분야 해고직원 가운데 19%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로 재취업했다. 13%는 인터넷 분야에, 10%는 금융업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서비스 분야에 8%, 컨설팅회사에 7%가 재취업했다.
제조업으로 6%, 다른 IT 분야로는 4%가 갔다. 나머지 34%는 이외 분야에서 일한다.
퇴직금이나 저축, 다른 수입원에 의존하면서 해고로 인한 스트레스와 충격에서 회복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존 자회사인 아마존 웹 서비스에서 근무하던 바비 맥닐(39)은 근무한 지 1년여만에 정리해고됐다.
그는 "다른 회사에서 해고당한 적이 있지만, 또 해고당하는 것은 여전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산업으로 눈을 돌려 몇 주 동안 인맥을 쌓고 수십 개의 지원서를 제출한 끝에 포천 500대 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의 인재 영입 파트너로 취업했다.
맥닐은 "기술 업계에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이 금융업이나 공공분야, 의료 등 비기술 분야 직장 취업에 도움이 됐다"면서 "일에서 가치를 찾고 열심히 일해 헌신적인 직원이 되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인 관심사나 기업가 정신 등 삶의 다른 측면에서도 자존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에서 7년간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던 멜리사 즐라토우는 작년 11월 메타의 1차 정리해고 대상이 됐다.
그는 "쉬는 날 새벽 5시에 이메일을 열어보고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행히도 내게 의지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다. 함께 해고된 사람들을 찾고 퇴직금이나 의료 보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면서 해고 충격에서 빠르고 건강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즐라토우는 해고된 기술직 근로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속내를 털어놓고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해고된 기술직 근로자를 스타트업, 커리어 코치, 경영 교육 및 기타 분야로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를 설립했다.
그는 "기술 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면서 "표준이 바뀌었다. 5년 전만 해도 유명 기술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이번 해고 사태를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도 세상에 놀라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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