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살해' 수리남 독재자, 41년만에 죄값…징역 20년 확정

입력 2023-12-22 09:43
'정적 살해' 수리남 독재자, 41년만에 죄값…징역 20년 확정

1980년 유혈쿠데타로 집권한 전 대통령, 언론인·변호사 등 15명 죽여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남미 수리남에서 군사 정권에 맞섰던 인사를 41년 전 무더기로 고문·살해한 혐의를 받아온 독재자가 16년에 걸친 재판 끝에 징역 20년형을 확정받고 옥살이를 하게 됐다.

AP, AFP 통신에 따르면 수리남 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데시 바우테르서 전(前) 대통령에게 1982년 당시 야권 인사 15명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20년형을 선고한 하급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의 나이가 올해 78세인 점을 참고해 이같은 형량을 확정했으며, 이는 현재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이라고 덧붙였다.

법정은 특히 이날 선고 이후 더는 상소가 가능하지 않다고 못박아 16년에 걸친 재판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간 불구속 상태로 버텨온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을 상대로 형 집행 절차에 들어갈 것이며, 수감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21일 발표했다.

선고날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 희생자 유가족은 "우리는 보석과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고 말하며 이번 선고를 반겼다.

또 다른 유가족은 이번 판결에 이것은 유가족의 승리가 아니라 수리남 법치주의의 승리라고 말했다.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1980년 유혈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1982년 12월 변호사, 언론인, 대학교수, 기업가 등 반정부 인사 16명을 납치해 고문하고 이들 중 15명을 수도 파라마리보의 옛 요새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아왔다.

그는 1987년 국제사회 압력으로 정권에서 물러났다가 곧이어 2차 쿠데타와 선거를 반복하며 2020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20년 연임을 노린 선거에서 패배하며 권좌에서 물러났으나, 현재까지도 야당 국민민주당을 이끌고 있다.

2007년 재판이 시작된 이래 1심 법원은 2019년 11월 징역 20년형을 선고했으나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곧장 항소를 제기하고 체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날 법원의 최종 선고에 맞서 바우테르서 지지자들이 결집하면서 한때 수도에 치안 이 강화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도 저소득층, 노동자 계층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12월의 살인'으로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당시 자신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는 법에 따라 대통령 사면을 요청할 수는 있다.

한편,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지난 1999년 네덜란드 법정에서 열린 궐석재판에서도 마약 밀매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지만, 수리남 법에 따라 네덜란드로의 인도를 모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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