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엔과 갈등 지속…"팔 구호기구 내년 예산 반대"
외무장관 "UNRWA, 해결책 아닌 문제의 일부…목적·기능 변경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유엔과 갈등을 빚어온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유엔의 팔레스타인 구호 기구에 대한 예산 지원에 반대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표부에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내년 예산안에 반대하도록 지시했다고 이스라엘 외무부가 전했다.
코헨 장관은 또 UNRWA가 2025년 예산을 2024년으로 앞당겨 쓸 경우에 대해 "전례 없고 위험한 일"이라며 "하마스가 UNRWA의 시설을 테러 시설로 사용한다는 증거를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UNRWA는 해결책의 일부가 아니라 문제의 일부"라며 "세계 국가들은 UNRWA가 시도하는 분쟁 영구화와 함께, 하마스가 해당 기구 시설 및 가자지구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테러를 조장하는 것을 UNRWA가 묵인하는 데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UNRWA의 목적과 기능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고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벌어진) 10월 7일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UNRWA에 자금을 계속 투입하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UNRWA는 제1차 중동전쟁이 끝난 1949년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에서 교육과 의료 등 인도적 구호 활동을 하기 위해 수립된 기구다.
이번 전쟁 기간 직원 100여 명이 숨진 UNRWA는 역량의 한계에 직면했다며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스라엘은 UNRWA가 하마스의 테러에 이용되고 있다며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이번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UNRWA를 포함해 유엔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하마스의 공격은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56년간 숨 막히는 점령에 시달려왔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내 인도주의 업무를 맡아온 린 헤이스팅스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의 비자를 취소하고 팔레스타인에서 떠나도록 했다.
이달 초에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급증을 우려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하자, 구테흐스 총장의 사퇴까지 요구하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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