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공장 인수 러 업체 올봄엔 폭스바겐 공장 인수
현지 언론은 "현대차 다시 돌아올 것" 전망
현대차 공장서 차 그대로 생산해 中브랜드 달아 판매할 수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현대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공장 지분을 매입하게 될 아트파이낸스(Art Finance)의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는 19일 임시이사회에서 러시아 공장 매각 안건을 승인하면서 매각 대상이 러시아 현지 업체 아트파이낸스라고 발표했다. 매각 금액은 2년 후 바이백을 조건으로 1만루블(약 14만5천원)로 확인됐다.
아트파이낸스는 지난 2월 중순 모스크바에 등록된 업체로, 법적 지위는 러시아 자동차 딜러 업체인 아빌론의 자회사다. 안드레이 파블로비치 아빌론그룹 사장이 아트파이낸스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한 기업 정보 사이트는 아트파이낸스에 대해 "자동차 판매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아빌론을 대신해 각종 계약을 체결하는 등 법적 대리인 기능을 수행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아트파이낸스는 지난 5월 폭스바겐 러시아 사업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폭스바겐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게 되자 칼루가 공장 생산을 멈추고 러시아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다 아트파이낸스에 지분을 넘겼다.
매각 금액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인테르팍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백 옵션없이 최대 1억2천500만유로(약 1천788억원)에 합의됐다고 보도했다.
아트파이낸스의 모회사 아빌론은 폭스바겐 러시아 법인을 AGR자동차그룹으로 바꾸며 리브랜딩 작업을 했다.
아빌론이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도 관심이 있다는 소문은 지난 8월 현지 텔레그램 채널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아브토포토크' 채널은 AGR자동차그룹의 고위 경영진이 현대차 공장 인수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19일 "러시아 공장의 매각을 다양하게 검토한 결과 현지업체 중에서는 아트파이낸스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언론은 현대차가 러시아에 복귀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매각 대상을 선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매각 후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달아 우크라이나 사태 종료 뒤 러시아로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뒀다. 기존 판매된 차량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도 계속 제공하기로 했다.
러시아 자동차 매체 아브토파르크는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러시아뿐 아니라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주변 국가에 공급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텔레그램 채널 '러시아 자동차'는 지난달 "한국인들(현대차)은 2∼3년 안에 러시아로 돌아오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공장을 일시적으로 내놓는 계획은 르노와 비슷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르노도 지난해 5월 러시아 자산을 단 1루블에 매각하면서 일정 기간 내 재매입할 수 있는 조건을 걸었다.
르노가 남기고 간 공장에서는 현재 모스크비치, 라다 등 러시아 자동차가 조립된다.
러시아에서는 아빌론도 현대차 공장에 남은 부품을 이용해 솔라리스, 리오, 크레타 등 러시아에서 인기 있는 현대차와 기아 모델을 조립하고 중국 자동차 브랜드를 붙여 판매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여러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거론되고 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