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연구진 "인플레 해소 가능성에 신중한 낙관론"
"수요 둔화, 공급망 안정, 유가 긍정적…지정학 긴장, 근원 인플레는 유의해야"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세계은행(WB) 연구진들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어지고 있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제기했다.
19일 세계은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하종림 선임 이코노미스트 등은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공급망 혼란과 수요 반등,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 등이 영향을 끼쳐 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은 하락 추세를 그리고 있으며, 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여러 요소로 인해 향후 몇 달간 세계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내려가겠지만 현실화할 때까지는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면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지연시키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할 몇몇 요인이 있다"고 봤다.
낙관론의 배경과 관련, 연구진은 우선 내년 전 세계가 빡빡한 금융환경과 무역 약화, 제한적인 재정 부양책 등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변동에서 수요 관련 요인의 비중은 30%에 가깝다.
또 코로나19 확산 당시 심했던 공급망 혼란이 해소되고 상품 무역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변동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국제 유가의 경우, 올해 17%가량 떨어진 데 이어 내년에도 세계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약세가 예상된다.
게다가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내려갈 것으로 확신할 때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물가 압력을 누를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로 인해 세계 경제활동도 약한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러면서도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전쟁의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세계 인플레이션은 1년에 0.35%포인트 오르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여전히 높은 근원 인플레이션(에너지·식품 제외)에 영향을 끼쳐온 요인 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은데, 서비스 분야의 강력한 수요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인플레이션 하향 추세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한 국가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높다는 점도 유의할 부문이다.
연구진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하락은 환영할만한 신호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세계적으로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지면 개발도상국 경제도 타격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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