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매체 사주 국보법 재판에 서방 우려…"즉각 석방해야"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18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반중 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76)의 국가보안법 재판을 앞두고 미국, 영국 등 서방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은 중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라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 소유주인 지미 라이가 기소된 걸 규탄한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홍콩 당국이 홍콩의 언론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지미 라이를 비롯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려다 수감된 모든 이를 즉시 석방하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 제한 등 조치가 "홍콩의 민주적 제도를 약화하고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 명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라이는 2020년 12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비롯해 불법집회 참여 혐의,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2020년 6월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라이의 국보법 재판은 애초 지난해 12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외국인 변호사 선임 문제 등으로 인해 몇차례 연기된 끝에 구속기소 된 지 3년 만에 열리게 됐다.
그는 국보법 위반 혐의와 별개로 2021년에는 2019년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징역 20개월, 작년에는 빈과일보 사무실을 허가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한 사기 혐의로 징역 69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라이가 1995년 창간한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적극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으나 당국 압박 속 2021년 자진 폐간했다.
영국 정부도 성명을 내고 라이의 석방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은 "홍콩 당국에 기소를 중지하고 지미 라이를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라이는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향한 평화로운 권리 행사를 막으려는 명백한 시도의 표적이 됐다"고 비판했다.
캐머런 장관은 홍콩 국가보안법이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 위반된다고도 지적했다.
영국과 중국이 1984년 체결한 이 협정은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로도 50년 동안 언론 자유 보장을 비롯한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등 분야에서 자치권을 인정하는 '일국양제' 원칙도 포함됐다.
캐머런 장관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홍콩의 권리와 자유를 크게 약화시킨다"면서 "중국 당국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이 법에 따라 기소된 모든 이에 대한 기소를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라이의 이번 재판이 홍콩의 사법 독립과 자유를 시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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