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역동적 디자인에 뛰어난 연비…도요타 5세대 프리우스 HEV·PHEV
PHEV 연비, L당 30㎞대 찍어…HEV도 '입증된 연비'
중앙서 운전석 이동한 '톱 마운트 계기판'…HUD도 대체
전작보다 1천만원가량 높아진 가격
(서울·가평=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HEV) 프리우스가 7년 만에 국내에 5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프리우스는 도요타가 지난 1997년 세계 최초로 내놓은 양산형 HEV다. 2003년 2세대, 2009년 3세대, 2016년 4세대로 이어지며 세계에서 600만대 가까이 팔려 '하이브리드의 대명사'로 불린다.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 주차장에서 준중형 해치백인 5세대 프리우스를 처음 만났다. 시승 차량은 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두 모델의 상위 트림인 XLE(하이브리드), XSE(PHEV)였다.
프리우스 HEV와 PHEV의 차체 크기, 실내외 디자인은 같다. 다만 배터리로 인해 PHEV 모델이 HEV 모델에 비해 160㎏ 더 무겁다.
5세대 프리우스의 첫인상은 '젊고 역동적'이었다. 4세대보다 전고를 40㎜ 낮추고, 전장을 50㎜ 늘린 덕이다. 차량에서 가장 높은 부분인 '루프 피크'가 뒤쪽으로 이동해 더 스포티한 모습이다.
여기에 19인치 휠(XLE·XSE 트림 한정)을 적용해 다이내믹을 부여했다.
전면부의 망치의 머리를 닮은 '해머헤드' 디자인은 미래차 이미지를 한층 끌어 올렸고, 후면부의 수평으로 뻗은 리어 콤비네이션 테일 램프는 깔끔하다는 인상을 풍겼다. 타깃 연령대를 기존 30·40대에서 낮추려는 도요타의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위쪽에는 오토바이의 계기판을 닮은 '7인치 톱 마운트 계기판'이 눈에 띄었다. 대시보드 중앙에 있던 계기판을 운전석 쪽으로 옮긴 것이다. 운전 중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따로 필요 없었다.
운전석 좌우에는 공조, 시트 열선·통풍 등 여러 버튼이 배치됐다. 주행 중 누르기에도 대부분 수월한 위치에 있었다. 다만 기어 노브 아래쪽의 주행 모드 변경 버튼은 팔을 부자연스럽게 뒤쪽으로 뻗어야 해 조작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대시보드 중앙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진 앰비언트 라이트(XLE·XSE 트림 한정)가 운전자를 반겼다. 은은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물론, 도요타의 예방 안전 기술인 '도요타 세이프티 센스'(TSS)와 최초로 연결돼 불빛을 통해 위험 상황을 알려 주기도 했다.
좌석 공간은 겉보기보다 넓은 느낌이었다. 키 180㎝가 넘는 운전자들도 큰 불편함은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덕에 내부가 더욱 넓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시승은 파이팩토리에서 경기 가평군의 한 식당까지 왕복 160여㎞ 코스에서 이뤄졌다. 가는 길에는 PHEV 모델을, 오는 길에는 HEV 모델을 탔다.
PHEV 모델 시승 시 막히는 구간에선 배터리만 쓰는 'EV 모드'로 전기차처럼 달렸다. 다른 구간에서는 EV 모드를 기본으로 하다 가속하거나 힘이 필요할 때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오토 EV·HV 모드'를 썼다.
팔당대교 부근에 이르러 가속하니 밟는 대로 쭉쭉 나가는 경쾌함이 느껴졌다. 시스템 총출력 223마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스포트 모드'를 더하니 엔진음이 커지기는 했지만, 정숙성을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설악나들목을 지나 맞닥뜨린 와인딩 구간에서는 안정적인 코너링을 경험했다. 전고가 낮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차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PHEV 주행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무려 L당 33.7㎞. 공인 복합연비 L당 19.4㎞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함께 측정된 전비도 kWh당 8.5㎞로 우수했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는 "오토 EV·HV 모드를 주로 쓰면서 기름으로 달린 거리는 많지 않아 연비가 많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탄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공인 복합 연비(L당 20.9㎞)보다 높은 L당 24.2㎞로 측정됐다. 엔진 효율을 높이는 '에코' 모드를 주로 사용하긴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다만 3천만원대였던 전작보다 최대 1천만원가량 오른 가격은 다소 부담일 수 있다. 이번 모델은 가장 저렴한 하이브리드 LE 트림이 3천만원대 후반이고, PHEV XSE는 5천만원에 달한다.
5세대 프리우스가 일본산 불매 운동인 이른바 '노(No) 재팬' 이 본격화한 2019년 이전 프리우스의 판매고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국내 프리우스 판매량은 2018년 3천953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1천697대로 급감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수급 차질까지 빚어져 2020년 996대, 2021년 824대, 지난해 584대로 쪼그라들었다. 신차 출시를 앞둔 올해 들어서는 단 22대만 팔렸다.
토요타코리아 김형준 이사는 "5세대 프리우스는 일본과 미국 등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선 수요 예측보다는 국내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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