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 참사에 물난리까지…가자지구 폭우에 피란민 고통 가중
텐트 무너지고 물에 잠겨…비위생적 환경에 전염병 확산 우려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 중인 가자지구 전역에 겨울 폭우가 내리면서 피란민 고통이 커지고 있다.
2개월 넘게 이어지는 전쟁으로 인도주의 참사가 벌어진 와중에 물난리까지 닥치면서 텐트가 물에 잠기고 질병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밤새 가자지구 전역에는 큰비가 내렸다.
이스라엘 기상청은 당시 지중해 연안 대부분 지역에 약 10∼35㎜의 비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북쪽으로 10㎞가량 떨어진 이스라엘 도시 아슈켈론에는 15.9㎜의 비가 내렸다.
가자지구에서 우기는 통상 11월∼3월로 이 기간 연간 강우량의 대부분이 쏟아진다.
밤사이 내린 비로 비포장도로는 진흙탕이 됐고 거센 비바람에 텐트가 무너졌다. 피란민은 젖은 몸을 말릴 수 없어 추위에 그대로 노출됐다.
아내와 세 자녀와 함께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머무는 람지 무함마드(31)는 "약 한 달 전 가자시티에서 대피할 때 겨울옷을 받지 못했다"면서 "밤을 버티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서로를 껴안고 몸을 녹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도 담요를 구할 수 없다"면서 "구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지상 대부분을 장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남부에서도 지상공격을 확대했다.
이스라엘군이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를 포위하고 시내 중심부에 진입, 지상전을 본격화하자 피란민들로 이미 인구 과밀 상태였던 이곳은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현재 가자지구 인구 90%에 해당하는 약 190만 명이 난민 신세다. 이들 상당수가 임시 텐트에서 옷가지 등을 덮은 채 추위를 견디고 있다.
라파에서 지내는 아지자 알-샤브라위(38)는 텐트에 고인 빗물을 퍼내면서도 상황이 이미 최악이라고 AFP 통신에 호소했다.
그는 "아들은 매서운 추위 때문에 몸이 아프고 딸은 맨발이다. 거지와 같은 신세"라면서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도 돕지도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하수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비위생적 환경에서 비가 내리면서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앞서 마거릿 해리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수인성 전염병과 박테리아 감염, 유아 설사가 늘고 있다면서 "비가 고통을 가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HO는 10월 중순 이후 가자지구에서 3만3천500건 넘는 설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힌 바 있다.
린 헤이스팅스 유엔 팔레스타인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도 "대피소는 이미 오래전 최대 수용 인원을 초과했고 화장실에 가려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면서 "이는 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라파로 피난 온 마흐무드 아지즈(36)는 "우리 가족 모두 마시는 물과 추운 날씨로 인해 설사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지즈는 현재 건물 1채에서 무려 약 70명과 함께 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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