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우디 산업광물부 장관 "한국과 광물·공급망 협력확대 기대"
연합뉴스 단독인터뷰…"'자원 부국' 사우디, 지정학적 이점 많아"
"5천억달러 네옴 프로젝트, 한국 기업에 기회 열려 있어"
"2030년 국방 국산화 50% 목표…한국기업과 방산 협력강화에 큰 관심"
(서울=연합뉴스) 장동우 김동규 기자 =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14일 "한국은 사우디에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며 "광물자원 등 공급망 분야로도 양국의 협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코라예프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오늘날 세계 각국은 서로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어떤 국가도 혼자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 중 양국 기업이 합의한 협력 사업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엿새 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알코라예프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 26개 한국 기업 관계자를 만나고 울산과 창원의 산업현장을 찾는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총 4건의 업무협약(MOU)도 새로 체결한다.
그는 최근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각국이 깨닫게 됐다"며 사우디도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사우디는 올해 초 국부펀드(PIF)와 국영 광산기업 마덴(Maaden)의 합작 벤처인 '마나라 미네랄'(Manara Mineral)을 설립해 해외광산 투자에 나서 주목받았다.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의 마나라 미네랄 설립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 광물 패권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견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우디가 광물 전쟁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알코라예프 장관은 "마나라 미네랄은 해외광산 투자에 집중하며 다양한 국가와 협력하도록 열려있다"면서 "한국도 마나라 미네랄과 협력해 세계의 다양한 광산에 투자하고 필요한 광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미래 광물 포럼'을 조직해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국가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시장 조성에도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 역시 '자원 부국'이라며 공급망 강화를 위해 직접 투자·협력이 가능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우디는 석유와 천연가스 외에도 인산염, 보크사이트, 구리, 아연, 금, 은, 납, 철광석, 희토류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가장 큰 산업 국가 중 하나로, 광물·금속 수요가 계속될 텐데 사우디는 훌륭한 파트너"라며 "사우디는 인프라, 정치적 안정, 아랍 및 이슬람 세계에서의 지위, 아프리카와의 접근성 등 지정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강점이 많다"고 역설했다.
알코라예프 장관은 자동차 등 제조업과 건설·인프라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 국내에 자동차 생산 기반을 닦기 위한 프로젝트에 사우디 기업인 시어(CEER)와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 한국의 현대차 등 3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며 "4번째로 한국의 KG모빌리티(KGM)도 있고, 이들뿐 아니라 1·2차 공급업체 등 부품 제조업체도 국내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는 백신 및 의약품 제조 국산화, 4천개의 공장을 자동화하는 '미래 공장'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자동화 분야 등에서도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가 5천억달러(약 640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네옴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한국 기업에 기회가 열려있다"고 했다.
그는 "네옴은 그 자체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주거지역인 '라인'. 산업클러스터인 '옥사곤' 등 여러 프로젝트가 있다"며 "탄소배출 제로인 녹색 도시를 지향하는 네옴은 미래를 설계하는 기업에는 이를 구현할 좋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현대차 관계자들과 만났다면서 "(현대차는) 이미 네옴과 관련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산 분야 협력과 관련해 알코라예프 장관은 "국방은 내 소관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사우디가 2030년까지 국방의 50%를 국산화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어 방산 분야에서도 큰 시장이라는 것"이라며 "군 현지화를 위해 한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한 기간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2030 리야드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네자 그는 "사우디의 옛 모습과 새로운 현재의 사우디, 그리고 미래의 사우디를 소개하는 훌륭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력한 파트너인 한국 기업에도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엑스포 등을 기회로 많은 한국인이 사우디를 찾아 상호 이해를 높이고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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