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폭 평가절하에 암시장 환율도 꿈틀…역대 최고치
1달러 1070→1115페소…공식 환율과의 간극은 크게 좁혀
밀레이, OECD 가입절차 재개 요청…현지 언론 "한국, OECD 가입 후 급성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경제난 극복을 위한 방편으로 강력한 페소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아르헨티나에서 암시장에서의 달러 대비 페소 환율도 상승했다.
아르헨티나 비공식 환율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인 '블루달러닷넷' 정보를 보면 이날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5페소 오른 1천115페소를 기록했다.
비공식 환율을 뜻하는 '블루 달러'는 이론적으로는 불법이지만, 공식 환율을 정부에서 엄격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각종 언론에서 매일 그 추이를 보도할 만큼 아르헨티나 외환 시장을 살피는 주요 단서로 활용된다.
1천115페소는 '1달러=1페소'로 고정하는 페그제를 2002년 폐기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 10월 23∼24일에 기록했던 1천100페소였다.
이번 변동은 인위적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당 400페소(중앙은행 홈페이지상 기준)로 고정돼 있던 환율을 800페소로 평가절하한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발표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전날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한 '경제 비상 조처 패키지' 중 하나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급격한 통화 평가절하 결정을 내놓은 바 있다.
카푸토 장관은 "아르헨티나는 단순한 치통 환자가 아니라 병상에 누운 사망 직전의 중환자"라며 "우리는 열을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를 죽이고 있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치상 비공식 환율은 상승했지만, 공식 환율과의 간극은 대폭 줄었다. 전날까지 191%에 달하던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 간 격차는 이날 기준 44%대로 급격히 좁혀졌다.
보조금 삭감과 재정 지출 축소 등 과감한 개혁안에 대해 '삼키기 힘든 극약 처방을 발표했다'는 대내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시장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인 편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채권 가격은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했고, 민영화가 예고된 거대 에너지 공기업 YPF 미국 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밀레이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절차 재개를 공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OECD 본부에 보내는 11일 자 서한에서 "회원국 승인을 위한 협상을 적극적으로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관련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 재임 시기(2015∼2019년) 중인 2016년에 OECD 회원국 가입을 신청했지만, 2019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취임 후 관련 절차를 중단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유 시장경제를 안착시켰거나 산업 정책의 근간으로 두는 서방과의 교류 강화를 공언한 바 있다. OECD 가입 절차 재개도 그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현지 일간지 라나시온은 "디아나 몬디노 외교부 장관이 OECD 가입 협상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며, 회원 가입과 유지에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1996년 12월 OECD 회원국이 된 한국을 예로 들며 "(OECD 가입 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4천 달러 수준이었지만, (가입 후) 25년 만에 250%나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2천142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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