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성탄절 테러 경계령…"어려진 '외로운 늑대' 주의"
FBI·국토안보부 공동성명…연말연시 '잠재적 안보 위협' 경고
유대인·무슬림 많은 독일·프랑스도 긴장…"20세 미만 극단주의자 경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가 일제히 성탄절 연휴에 극단주의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령을 내렸다.
이들 국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격해진 이슬람의 자생적 테러리스트 '외로운 늑대'를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중동에서 이어지는 전쟁 탓에 미국 내에서 성탄절, 연말연시에 잠재적 치안 위협이 있다고 경고했다.
FBI와 DHS는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과 관련한 계속되는 긴장으로 겨울에 걸쳐 군중 모임을 겨냥한 단독 행위자의 폭력 위협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이번 발표가 사전에 계획된 특정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이념에 자극을 받은 단독 행위자가 이러한 표적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FBI와 DHS는 앞서 하마스 기습으로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을 시작한 10월 당시에도 두차례 이같은 경계령을 내리고, 침착함을 유지하면서도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 아랍인을 겨냥한 공격 가능성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경계령은 미국에서 가자전쟁을 둘러싸고 여론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증오범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나온 것이다.
10월 14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71세 집주인이 "무슬림은 죽어야 돼"라고 소리치며 세입자 가족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면서 6세 팔레스타인 소년이 숨져 충격을 줬다.
이달 7일에는 뉴욕 북부에서 28세 남성이 유대교 회당에 엽총 두 발을 쏴 체포됐다.
유럽에서도 테러 공포가 번지면서 각국에서 경계를 끌어올렸다.
일바 요한손 유럽연합(EU) 내무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5일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테러 발생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에 따른 우리 사회의 양극화 등으로 휴가철 EU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2일 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20대 프랑스 국적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한명이 사망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용의자는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 당국도 각각 자생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뜻하는 '외로운 늑대' 경계령을 내렸다.
유럽에서도 독일과 프랑스는 유대인과 무슬림 인구가 많은 국가로 꼽힌다.
독일 안보 당국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발표하고 독일에서 "유대인과 이스라엘인, 서방을 겨냥한 테러 공격 가능성의 잠재적 위험이 커졌다"고 밝히고, 특히 극단주의에 빠진 개인이 단독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프랑스 국내안보총국(DGSI) 당국자도 현지 매체인 르몽드 인터뷰에서 IS가 하마스와 선을 긋다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형제들"과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용의자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면서 올해 적발된 테러 모의 3건에 모두 20세 이하 용의자가 연루돼 있다고 분석하고, 최연소는 13세라고 덧붙였다.
독일 한 당국자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젊은층 무슬림이 인터넷 허상 속에서 점점 극단주의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이들을 찾아내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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