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민법 개정안, 국회 심사 받기도 전에 '퇴짜'
보수·진보 양 진영서 각각 불만…사전 거부안 통과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이민법 개정안이 하원에서 보수·진보 양 진영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도 되기 전에 거부됐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오후 하원에 이민법 개정안을 제출하며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이날 하원에 제출된 법안은 지난 1∼2일 밤 하원 법사위원회가 통과시킨 안으로, 지난 달 상원이 채택한 개정안보다 다소 완화된 내용들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앞서 상원은 프랑스 정부가 인력 부족 직종에 종사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거주 허가를 내주자고 제안한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각 지사가 체류증을 내주기 전 허용 조건을 면밀히 심사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체류를 '허가'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사위 심사 과정에선 지사의 권한을 제한해 예외적으로 거주증 발급을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상원은 아울러 불법 이민자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 제도'도 폐지했으나,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복원됐다.
매년 의회가 망명을 제외한 범주별 이민자 쿼터를 설정할 수 있게 한 상원 안도, 정부가 매년 의회에 향후 3년간의 정량화한 목표치와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도록 수정했다.
우파 진영은 법사위 수정안이 상원 안보다 후퇴해 애초의 이민법 개정 취지를 상실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좌파 진영은 타협안조차 이민자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역시 반대 의견을 보여왔다.
결국 이날 하원의 법안 심사에 앞서 좌우 양쪽에서 사전 거부 안을 제출했고, 표결 결과 찬성 270대 반대 265표로 좌파 진영이 제출한 사전 거부 안이 채택됐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상원에서부터 다시 이민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안, 정부가 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7명으로 구성된 공동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비공개 토론으로 상원 안과 법사위 안 사이에 타협점을 도출하는 안, 마지막으로 정부가 이민법 개정안을 아예 철회하는 안이다. 마지막 시나리오의 경우 마크롱 정부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게 르몽드의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불법 이민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이민 문턱을 높이되 인력 부족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겐 특별 체류 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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