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속 한반도 이상한파 원인은…대서양 걸프류 열축적"
KIST 성미경 박사 "북극 얼음보다 중위도 해양전선 열축적 영향 커"
"온난화 장기적 지속 시 한반도 이상 한파·고온 더 빈번해질 듯"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 온난화는 심해지는데 동아시아와 북미에서 이상 한파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연구진이 이런 이상 한파의 원인은 북극 얼음 감소가 아니라 대서양과 태평양 중위도 지역 해양전선의 열 축적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속가능환경연구단 성미경 박사와 연세대 비가역적기후변화연구센터 안순일 교수 연구팀은 12일 2000년대 이후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겨울철 한파가 증가한 경향을 보인 원인은 대서양과 태평양 중위도 해양전선 지역의 열 축적 때문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온난화 심화 전망과 달리 이상한파가 빈번히 발생해 왔으며 전문가들은 북극 바다얼음 감소에 따른 북극 온난화와 제트기류 약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런 원인은 기후모델 실험에서 타당성이 입증되지 못했다며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이례적 한파 등 이상 기후 위험을 정확기 예측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후모델이 필요하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해류는 각종 부유물질과 용존물질뿐 아니라 열에너지를 수송, 인접 국가의 날씨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대서양과 태평양 중위도 지역에는 좁은 위도 대에서 온도가 급격히 변하는 걸프류와 쿠로시오해류 등 '해양전선'이 있다.
연구팀은 이런 해양전선 지역에 열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대기 파동열 반응을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의 극한 한파 증가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양전선 지역이 겨울철 한파와 이상고온 빈도를 조절하는 온도조절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이상한파 경향은 북대서양 걸프류 부근의 열 축적이, 북미 지역 이상한파 경향은 태평양 쿠로시오해류 부근 열 축적이 심화한 것과 맞물려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해양전선 지역에 열이 축적되는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 지속된다며 이 기간에 대륙 지역에서는 이상한파가 나타나는 온난화 정체기가, 해양전선 지역이 차가워질 때는 이상고온이 나타나는 온난화 가속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실가스를 증가시킨 장기적 기후모델 실험 결과 북미 지역은 점차 온난화 정체기가 짧아지고 횟수도 줄어드는 반면,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온난화 정체기와 가속기가 더 빈번히 교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기적으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한반도에서도 겨울철 이상한파와 이상고온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제시한 이론은 관측자료와 기후모델 실험에서 일관된 결론을 보여준다며 이는 기후모델에서 해양전선 지역의 변동와 영향을 적절히 모의하면 미래 전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미경 박사는 "이 연구에서 밝힌 해양전선의 영향을 지구 온난화 기후모델에 적용하면 10년 근미래 기후변화 전망을 개선할 수 있다"며 "이 연구가 겨울철 에너지 수요 장기 전망,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 등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1월 27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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