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 식품 물가 고공행진에 서민 부담 가중…정부도 총력 대응
먹거리, 전체 물가 상승률 2년 넘게 상회…5개 분기 먹거리 물가 상승률>소득 증가율
정부, '빵 서기관' 등 가공식품 9개 품목 전담자 추가 지정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 용량 줄어
정부, 제품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단위가격 표시 의무 품목 확대 추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신선미 기자 = 올해 라면과 빵, 우유 등 식품 물가 고공행진에 서민들의 주름살이 늘었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2년 넘게 상회하면서 소득 증가율보다 높아 먹거리가 가계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됐다.
정부는 서민 부담을 가중하는 식품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른바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 등 가공식품 9개 품목에 대한 물가 관리 전담자를 추가 지정하는 등 서민 체감도가 큰 28개 농식품 품목에 대한 밀착 관리에 나섰다.
◇ 먹거리, 전체 물가 상승률 2년 넘게 상회…서민 한숨 깊어져
올해 먹거리 물가는 연초부터 높은 수준을 보여 서민들의 장바구니와 외식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표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월 116.96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10.4%나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같은 달 외식 부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5%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의 1.6배였다. 가공식품은 2.2배로 먹거리 물가 부담이 다른 품목에 비해 그만큼 더 컸다는 이야기다.
지난달에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이 각각 5.1%, 4.8%까지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물가 상승률(3.3%)을 웃돌고 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24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았고 외식은 2021년 6월부터 30개월 연속 상회 중이다.
소득이 먹거리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올해 3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97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 늘어났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6.3%와 5.4%로 더 높았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지난 2분기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이 각각 7.6%, 7.0%였는데 처분가능소득은 오히려 2.8% 줄었다. 쓸 수 있는 돈이 줄었는데도 먹거리는 7%대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현상은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지속됐다.
먹거리 물가는 올해 품목별로 각종 기록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달 우유 물가 상승률은 15.9%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20.8%)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아이스크림은 15.6%로 2009년 4월(26.3%) 이후 14년 7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이처럼 식품 물가가 기록적인 수준을 보인 것은 제품 가격이 잇따라 인상됐기 때문이다.
원부자재와 물류비, 인건비, 전기·가스요금 등 제반 비용이 모두 올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식품 기업들은 강조했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은 식품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에 비해 과도하게 제품 가격을 올렸다며 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안정세를 보이던 농산물 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 먹거리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농산물 중 과실 물가 상승률은 24.1%를 기록했다. 사과 물가 상승률이 55.5%에 달했고 복숭아 44.4%, 수박 33.9%, 딸기 35.4%, 감 24.6% 등이었다.
◇ '빵 서기관'·'라면 사무관' 부활…정부, 민감품목 밀착 관리
먹거리 물가 부담으로 서민들 주름살이 늘고 한숨이 깊어지자 정부도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식품 기업들을 대상으로 잇따라 간담회를 열어 물가 안정 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런 움직임에 소비자단체도 거들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국제 밀 가격이 내린 것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요구하자, 곧바로 소비자단체협의회가 호응해 과자·라면류 등의 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이후 농심[004370]이 7월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고 삼양식품[003230], 오뚜기[007310], 팔도 등 라면 4사가 모두 가격 인하에 나섰다.
이는 과자·빵 가격 인하로도 이어졌다. 롯데웰푸드[280360]와 해태제과는 과자 가격을 내렸고 SPC,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은 빵 가격을 낮췄다.
그러나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 부담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정부 '물가안정책임관' 책임을 맡겨 세밀한 물가 관리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빵, 우유, 스낵 과자, 커피, 라면, 아이스크림, 설탕, 식용유, 밀가루 등 9개 가공식품에 대한 정부의 물가 관리 전담자를 새로 지정했다. 이로써 기존 농축산물 14개 품목과 외식 5개 품목에 더해 28개 농식품에 대한 물가 관리 전담자가 생겼다.
빵, 우유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28개 농식품 품목에 대해서는 사무관급 전담자를 지정해 수급 상황과 가격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가공식품 사무관급 전담자들은 가격 점검 외에도 식품 기업, 소비자단체 등과 애로 사항을 찾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또 일부 식품 기업이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가격 '꼼수 인상'에 나서자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으로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가격정보종합포털사이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언급된 상품을 조사해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 용량이 실제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
정부는 이런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토대로 대응책을 마련해 제품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단위가격 표시 의무 품목을 확대하고 온라인 매장에도 단위가격 표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kaka@yna.co.kr,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