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상공 지나는 위성 연이은 발사 왜…대선 앞두고 위협용?

입력 2023-12-11 11:45
수정 2023-12-11 16:18
中, 대만상공 지나는 위성 연이은 발사 왜…대선 앞두고 위협용?

"中, 대만 유권자가 독립 성향 민진당 후보에 투표 않도록 촉구하는 의미" 해석 지배적

'안보 불안에 친중 찍을라' 대만 집권당, 신중 행보…"모든 걸 파악하되 과도 대응 안해"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내년 1월 13일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 상공으로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연이어 쏘아 올려 대만을 긴장시키고 있다.

11일 대만 연합보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58분(이하 현지시간) 쓰촨성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위성 발사용 창정-2D로켓이 발사됐으며 이후 대만 남서쪽 영공을 통과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달 9일에도 통신위성을 실은 창정-3B 로켓을 대만 상공으로, 지난 10월 5일에도 원격 탐사 위성을 탑재한 창정-2D로켓을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으로 각각 쏘아 올렸다.

대만과의 무력 통일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주장해온 중국이 대만 상공을 지나는 궤적으로 로켓을 발사하는 건 일종의 무력시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공 침범도 문제지만, 어떤 위성이든 필요시 군용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만의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은 중국이 이번 총통 선거에서 대만 유권자를 겨냥해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에 투표하지 않도록 경고할 목적으로 이 같은 도발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중국은 2016년과 2020년 두차례 총통선거 승리로 8년 가까이 집권해온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 재집권을 차단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특히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및 지난 4월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당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빌미 삼아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고 무력시위를 지속해온 중국이 이젠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위성을 발사해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이외에 대(對)대만 무역 제재 또는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제한·파기 위협 등의 경제적 강압 조치로 대만 유권자의 친중(親中) 총통 후보 선택을 유도해왔으며, 이런 조치가 일부 성과로 이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 후보가 아닌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돼야 안보 위기가 해소되고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회복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민당의 논리가 세력을 얻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를 한 달여 남긴 상황에서 국민당 후보가 선두인 민진당 후보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 데서도 그런 기색이 비친다.

실제 대만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가 지난 6~8일 20세 이상 성인 1천2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37.8% 지지율로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32.6%)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

유권자 투표율이 보통 80%대에 달하는 40대 이상이 허우유이-자오사오캉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한다는 점에서 민진당-국민당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차이 총통이 이끄는 대만 정부는 중국의 '위협적이고 도발적인' 위성 발사에도 신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경 대응이 자칫 선거를 앞두고 안보 불안 국면으로 이어지는 걸 막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걸 파악하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알리면서도, 과도한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비친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5일 주취안에서, 6일 광둥성 양장 연안 해역에서, 9일 주취안에서, 10일 시창에서 위성을 차례로 발사한 걸 두고 4일, 5일, 6일, 9일, 10일 다섯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내용을 면밀히 관찰했다고 전하면서도 중국을 겨냥해 비난 공세를 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대만 상공을 지난 것은 10일 발사 위성이 유일했다.

SCMP는 대만 국방부가 발사 궤도가 대만 근처나 상공을 지나지 않는 중국 위성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대만 국방부의 성명 내용을 보면 중국의 로켓 발사가 위협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위성 발사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고 필요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만 할 뿐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 국방안전연구원(INDSR)의 수샤오황 연구원은 지난주 대만 국방부의 이런 대응에 대해 "모든 것이 대만 통제하에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는 걸 알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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