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남부 칸유니스 공세 두고 美-이스라엘 충돌 일보직전

입력 2023-12-08 11:37
수정 2023-12-08 20:27
가자 남부 칸유니스 공세 두고 美-이스라엘 충돌 일보직전

이 '하마스 완전 소탕'에 갈데없는 피란민 대량 인명피해 우려

미국 "'하마스 가자 통치 종식' 목표로 몇주 안에 전쟁 끝내야" 압박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전면 공격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민간인 보호를 위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의 의견 차이가 벌어지면서 양국 정부가 충돌할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인 칸 유니스에 대해 전면 공세에 나서자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등 고위 인사들이 나서서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에 민간인 인명피해 최소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한 전화 통화를 통해 민간인 보호 필요성을 직접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안전 이동 통로 등을 통해 민간인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분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지속해 이뤄져야 한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반드시 민간인 보호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라며 민간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의도와 실제 현장에서 목격하는 결과 간에 "간극"(gap)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미국의 다급한 움직임과 관련해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의 전쟁 방식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고갈돼가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칸 유니스에서 인명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조직원 상당수가 민간인들과 섞여 남부로 옮겨갔으며, 특히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칸 유니스의 지하 터널에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신와르와 남은 무장대원들을 모조리 제거하기 위해 칸 유니스를 구석구석 완전히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칸 유니스를 가득 채운 피란민들이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작전은 막대한 인명피해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칸 유니스의 평소 인구는 약 40만명이지만, 가자지구 북부에서 피란민들이 몰려와 현재 인구는 거의 8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번 전쟁의 목표를 놓고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견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 종식이라는 더 제한적인 목표를 추구하도록 이스라엘 측에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를 전쟁 목표로 보고 있지만, 미국은 이런 목표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지난주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미국은 이번 전쟁이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안에 끝나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고 사안을 아는 미 관리들이 WSJ에 전했다.

이 밖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무인기(드론) 공격을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후티 반군에 대해 이스라엘이 나서서 전쟁을 확산시킬 위험성을 키우지 말고 미군이 맡아서 대응하겠다고 이스라엘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의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데 시간제한이 생겼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가자지구 인명피해 급증에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이탈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스라엘도 미국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타협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일시 휴전이 끝난 이후에도 가자지구로 인도적 지원 유입을 계속 허용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남부를 공격하면서 해당 지역을 수백 개의 구역으로 구분해 대피 지역을 방송으로 알리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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