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1천400만년 만에 최고 수준"
국제연구팀, 지질학적 지표 등 분석 6천500만년 간 CO₂농도·기온 재구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6천500만년 동안의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420ppm인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 역사에서 1천400만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타대 가브리엘 보웬 교수와 컬럼비아대 바벨 회니시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 연구팀(CenCO2PIP)은 8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장단기 기후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지질학적 증거 등을 분석, 6천500만년간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온을 재구성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CenCO2PIP(The Cenozoic CO2 Proxy Integration Project)는 지질학적 지표를 이용해 신생대부터 현재까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후를 규명하기 위한 국제 컨소시엄으로 16개국 8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다.
공동 교신저자인 회니시 교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며 "이 연구는 기후가 장기간에 걸쳐 이산화탄소 농도에 얼마나 민감한지에 대해 강력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직접 증거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알 수 있는 시기는 빙하가 남아 있는 80만년 전까지로 제한된다. 빙하 속에 남아 있는 공기 방울을 분석해 얼음이 만들어진 시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전 지질시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광물의 동위원소, 화석화된 식물 잎의 형태, 대기화학이 반영된 다른 지질학적 증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CenCO2PIP는 이를 위해 지난 7년여 동안 관련 연구와 자료를 모으고 분석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태우며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초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해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80ppm까지 높아졌으며, 향후 배출량에 따라 2100년까지 600~1천pp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석 결과 신생대 이후 가장 더웠던 시기는 약 5천만년 전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1천600ppm까지 치솟았고 기온은 현재보다 12℃나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이산화탄소가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3천400만년 전에는 현재의 남극 빙상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그 후 약간의 기복이 있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는 장기적으로 계속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지속해 높았던 시기는 1천600만년 전으로 480ppm이었으며, 1천400만년 전에는 현재의 온난화를 유발한 수준인 420ppm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이산화탄소 감소세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250만년 전에는 270~280ppm까지 낮아지면서 일련의 빙하기가 시작됐다.
현생인류가 등장한 약 40만년 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낮아졌고, 이 농도는 약 250년 전 인류가 대규모로 이산화탄소를 내뿜기 시작할 때까지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장기적으로 감소하던 시기에 많은 동식물의 조상이 등장하고 진화했다며 이는 이산화탄소의 변화가 기후뿐만 아니라 생태계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보웬 교수는 "기후변화로 기온이 몇 도가 변하든 인간은 이미 지구를 어떤 생물 종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는 우리가 멈춰서서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The Cenozoic CO2 Proxy Integration Project(CenCO2PIP) Consortium, 'Toward a Cenozoic history of atmospheric CO₂', http://dx.doi.org/10.1126/science.adi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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