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새정부 '반 마오리족 정책' 추진에 수천명 반대 시위
마오리어 공용 사용 철회 등에 반발…"모든 원주민에 관한 것"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6년 만에 정권을 잡은 뉴질랜드 보수 연립 정부가 전 정부의 '친 마오리족 정책'을 되돌리려 하자 뉴질랜드 전역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6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헤럴드 등에 따르면 전날 뉴질랜드 전국 20개 지역에서 수천 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새 정부의 반 마오리 정책을 반대한다며 전 정부 정책 유지를 요구했다.
이번 시위는 야당인 마오리당이 주도한 것으로 마오리당은 뉴질랜드 새 국회의원 선서식에 맞춰 지난 5일을 '전국 마오리 행동의 날'로 선포했다.
마오리당 공동 대표인 라위리 와이티티 의원은 수도 웰링턴에서 약 600명의 시위대와 함께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한 뒤 "이 시위는 단지 마오리족에 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원주민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의 목소리를 크고 분명하게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총선에서 승리한 국민당과 액트당, 뉴질랜드 제일당은 연정을 구성하면서 정책 합의서를 통해 공공 서비스에서 마오리어 공용 사용을 철회하고 마오리족을 위한 보건국과 강력한 금연 정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특히 영국 왕실과 마오리족 간에 체결된 와이탕이(Waitangi) 조약이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 다시 평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와이탕이 조약은 1840년 뉴질랜드를 통치하던 영국 왕실과 원주민 마오리족이 맺은 조약이다. 대영제국은 마오리 원주민을 통치하지만 땅, 숲, 수산자원, 문화 등 이른바 '타옹가'(taonga·보물)로 불리는 각종 자원에 대한 마오리족 권리는 인정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권리가 보장되는지 정확하지 않아 여러 차례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뉴질랜드는 1975년 와이탕이 조약 관련 송사를 관장하는 와이탕이 재판소를 설치했다. 다만 와이탕이 재판소의 결정은 권고 사항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런 가운데 6명의 마오리당 의원은 선서식에서 관례를 깨고 찰스 3세 국왕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기 전 와이탕이 조약에 대한 충성을 먼저 맹세한 뒤 국왕에게 선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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