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황 '갑갑'…서방 단일대오 하나둘 이탈 위기(종합)

입력 2023-12-05 18:14
우크라 전황 '갑갑'…서방 단일대오 하나둘 이탈 위기(종합)

미 악시오스 "우크라, 美·EU·전장서 3중 교착…존재론적 위기"

불가리아 장갑차량 지원 거부, 헝가리는 EU 가입 반대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김동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서방 단일대오의 균열이 감지된다.

전쟁 장기화로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서방의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사이에서마저 우크라이나 지원 대열에서 하나둘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미래에 존재론적 위기를 불러올 3중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증원하며 우크라이나에 공세를 퍼붓고 있는 까닭에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서방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세계의 관심이 가자지구로 옮겨갔다.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한' 끝까지 지원하겠다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나토의 약속은 불투명해졌고, 이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이날 백악관은 미 의회의 조치가 없으면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를 지원할 재원이 바닥난다고 경고했다.

미 상원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미 국경 관리 강화 등을 패키지로 묶은 예산안을 논의해왔으나 주말새 한계점에 이르렀고 추가로 잡힌 회의 일정은 없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미국 민주당은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의 대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강경한 국경 정책을 성문화하길 원하는 탓에 합의가 타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국경 위기를 정부 통제하에 두는 중대한 정책 변화가 없다면 우크라이나 지원이 상원을 통과하기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 열리는 미 상원의원들과의 기밀 브리핑에 원격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직접 호소하도록 해 교착에 빠진 양당 합의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의회는 6일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국경 자금 패키지를 표결할 예정이지만 공화당의 동의없이는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은 뒷전으로 밀릴 처지다.

전날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가 의결한 우크라이나에 장갑차를 공급하는 내용의 비준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우크라이나 영문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가 보도했다.

이로써 불가리아가 처음으로 제3국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직접 관련 장비를 제공하려던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라데프 대통령은 장갑차는 일반 차량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재난·사고가 발생하거나 국경지대의 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한 유럽 안보 강화라는 대의명분보다는 자국의 실질적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금 500억유로(약 70조9천억원)를 포함한 공동 예산 증액도 회원국 간 이견으로 제동이 걸렸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3일 이번 EU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EU 회원국 확장 등의 안건을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논의가 다수 회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특히 헝가리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헝가리 정부는 친러시아 성향으로 평가된다.

나토·EU의 회원국인 불가리아, 헝가리 2개 국가가 동시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 표명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올하 스테파니시나 부총리는 최근 이번 EU 정상회담을 두고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위한 '존재론적 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러시아와의 싸움도 쉽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군이 서방의 정치적 의지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이런 발언이 맞아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악시오스는 논평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1차대전 방식의 참호전으로 흐를 위험이 있으며 이는 결국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쟁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대규모 사상자를 감내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 러시아의 지뢰 대량 투하, 우크라이나의 부족한 공군력이 전장에서 교착상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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