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중국산 배터리 규제, 전기차 가격 인상 압박

입력 2023-12-05 15:29
엄격한 중국산 배터리 규제, 전기차 가격 인상 압박

제조업공급망 재편 유도…"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미국 정부의 새로운 규정이 전기차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4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지난 1일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 우려 기업'(FEOC)에 대한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FEOC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명시했다.

현재 미국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데 앞으로는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FEOC가 미국이나 제3국 등 외부에서 외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도 FEOC 국가 정부 관련 지분이 25% 이상이면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세계 선두 주자로, 관련 공급망의 모든 단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새 규정은 각국의 전기차 제조 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은 자동차 제조업 공급망도 재편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시설의 3분의 2가 중국에 있는 반면, 미국은 약 10%에 불과하다고 추정한다.

또 중국은 흑연과 희토류 등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의 글로벌 가공을 주도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런 소재의 수출도 억제하고 있다.

자동차 혁신 연합의 존 보젤라 회장은 새 제안이 제조업체들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명확성을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미국 산업 기반의 완전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기념비적인 작업"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 선두 주자인 테슬라는 일부 차량 가격이 조만간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미국 포드사도 미시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데, CATL의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 정치권은 이 공장이 포드가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새 규정에 대해 4일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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