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부통령, 공산반군과 평화협상 재개에 "악마와 합의" 반발
사라 두테르테 "배신당할것"…전임 대통령인 부친 정책 노선 '정당화' 분석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공산 반군과 평화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평화 협상 재개 결정에 대해 "악마와의 합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공산반군 세력은 평화 협상을 이용해 정부를 배신하고 대중을 속일 것"이라면서 "이들 조직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이번 결정을 재고하라"고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지난달 23일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평화 협상을 재개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필리핀 공산반군 세력은 공산당(CPP)과 정치기구인 민족민주전선(NDFP), 무장조직인 신인민군(NPA)으로 구성됐다.
필리핀 공산 반군은 전 세계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확산하던 1969년부터 정부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시작해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다.
1980년에는 병사 수가 2만6천명까지 늘기도 했지만 정부군의 토벌 작전이 본격화되면서 세력이 위축돼 3천명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무장 충돌로 인해 지금까지 4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두테르테 부통령의 부친인 전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취임 직후인 2016년 8월 NPA와 평화협상을 시작해 무기한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2017년 11월 공산 반군의 공격과 적대 행위를 이유로 협상을 중단하고 2년 뒤 협상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다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두테르테 부통령의 입장 표명은 전임 대통령인 부친의 정책 노선을 정당화하면서 마르코스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두테르테는 지난해 5월 9일 실시된 선거에 마르코스와 러닝메이트를 이뤄 출마해 압도적인 표 차로 부통령에 당선됐다.
마르코스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주도하면서 6천여명의 희생자가 나온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서도 전임자와 거리를 두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 마르코스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조사를 추진 중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다시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ICC 검사실이 2018년 2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가자 사법 처리를 피하기 위해 2019년 3월 회원국에서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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