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액세스 컨트롤러' 써본 장애인 게이머 "상쾌한 경험"

입력 2023-12-05 07:20
소니 '액세스 컨트롤러' 써본 장애인 게이머 "상쾌한 경험"

지체 장애 방송인 신홍윤 씨 인터뷰…"장애인도 게임하기 좋은 시대 와"

'액세스 컨트롤러' 오는 6일 전 세계 동시 출시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 속에서 자유롭게 달리는 것도 지체장애인들에게는 굉장히 소중하고 상쾌한 체험입니다. '액세스 컨트롤러' 같은 기기를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이 게임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일 서울 강남구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사무실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방송인 겸 장애 인식개선 강사 신홍윤(34) 씨는 '액세스 컨트롤러'로 최신 콘솔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 2'를 즐기며 이같이 말했다.

액세스 컨트롤러는 SIE가 이달 6일 전 세계 동시 출시를 앞둔 플레이스테이션 5(PS5) 용 게임 컨트롤러다. 자유롭게 버튼 배열이나 모양을 바꾸고, 게임별 설정도 세세하게 변경할 수 있어 장애인이 손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두 다리와 왼손 거동이 불편한 신씨는 "기존 컨트롤러로는 양손 방아쇠 버튼을 동시에 누르는 조작이 힘들었는데, 액세스 컨트롤러를 쓰면 몸의 특징에 맞춰 편하게 즐길 수 있다"며 "다른 장애인 친구들과도 써 봤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액세스 컨트롤러로 화면 속 스파이더맨을 능숙히 조작해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고, 악당들이 있는 장소에 도착해 격투를 펼쳤다. 이날 인터뷰에서 처음 체험해 본 '파이널 판타지 16' 초반의 전투는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클리어했다.

신씨는 "액세스 컨트롤러 한 대만으로는 모든 버튼을 대응시키는 데 한계가 있지만, 기존 게임패드와도 같이 쓸 수 있는 만큼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편리하게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SIE의 주요 파트너사가 제작한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들은 장애인에 특화된 다양한 접근성 기능으로 유명하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저시력 장애인을 위해 명암·색채 대비를 강화하거나 땅에 떨어진 아이템, 현재 상황을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기능이 들어있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도 풍부한 접근성 옵션으로 지난해 게임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에서 접근성 혁신상을 받았다.



신씨는 "서구권 게임 업계는 장애인을 선심 쓰듯 봉사할 대상이 아니라, 엄연한 하나의 소비자로 여긴다"며 "그래서 게임 기획 단계부터 소프트웨어적으로 다양한 장애인 접근성 개선 방안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게임들은 그간 접근성 면에서 아쉬웠던 게 사실인데, 최근 콘솔 시장 공략을 늘린다고 하니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겨온 신씨는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이 게임을 통해 새로운 취미이자 삶의 활력소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게임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돼 장애인도 얼마든지 비디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얼마 전 네덜란드에서는 전맹 시각장애인 프로게이머가 비장애인과 경쟁해 격투 게임 국제대회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에게 스스로 게임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게임의 퀄리티가 실사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진 오늘날에 이런 생생한 경험을 놓치고 사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올겨울에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한 번 시도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발간한 '장애인 게임 접근성 제고 방안 기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장애인 게이머 327명은 게임 이용을 통해 전반적 삶의 질 향상(69.1%·중복 응답 가능)과 심리적 건강 증진(68.3%), 사회적 건강 증진(22.9%) 등을 기대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게임이 장애인들에게 차별 없는 소통의 장이 되고, 또래 집단의 놀이문화에 참여하는 매개체가 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해 업계가 주변기기와 사용자환경(UI) 등을 개선하고, 행정·입법 기관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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