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 여신' 아그네스 차우 "캐나다에 망명 요청"(종합)
7개월 복역 후 9월 캐나다 출국…국가보안법 사건 관련 경찰 출두 거부
"경찰, 中선전 방문 조건으로 여권 반환, 중국 다시 가고 싶지 않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민주화 운동의 얼굴로 꼽히며 '민주 여신'이라 불린 아그네스 차우(周庭·27)가 캐나다로 떠난 사실을 알리면서 현지에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명보 등에 따르면 차우는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밟은 지 3개월 됐다면서 "원래는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출두하기 위해 이달 말 홍콩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홍콩 상황, 나의 안전과 정신적·육체적 건강 등을 신중히 고려한 끝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아마 평생 (홍콩으로) 안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날 일본 도쿄TV와 인터뷰에서 캐나다에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우가 공개 발언을 한 것은 2년여 만에 처음이다.
그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도중 불법 집회 참가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7개월간 복역하다 2021년 6월 석방됐다.
그는 투옥 직전인 2020년 8월에는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등과 함께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도 체포된 바 있다. 다만 당시 기소는 되지 않았고 경찰은 그의 여권을 압수했다.
경찰은 그가 징역을 마치고 석방된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정기적으로 경찰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다.
차우는 올해 토론토에 있는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은 후에야 경찰이 중국 선전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여권 반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8월 5명의 경찰관과 함께 선전으로 가 중국 개방에 관한 애국적 전시회와 기술기업 텐센트 본사를 방문했으며, 이는 자신에게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중국 기술 발전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려는 목적의 여행이었다고 설명했다.
차우는 중국 본토 여행 도중 매우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이후 본토의 위대한 발전을 이해할 수 있게 여행을 마련해 준 경찰에 감사를 표하는 서한을 작성하도록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차우는 캐나다로 유학 올 때 홍콩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왔지만 돌아갈 경우 경찰이 자신의 이동에 또 다른 조건을 내걸까 두려워 캐나다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하기 싫은 일을 강제로 하고 싶지 않고 강제로 중국 본토에 가고 싶지 않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설사 내가 안전하다고 해도 내 몸과 마음은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두려움 없는 자유의 가치를 깨달았다"며 "이제 더 이상 체포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고 마침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려왔다고 토로했다.
차우는 현재 복역 중인 조슈아 웡과 함께 홍콩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이 2011년 결성한 학생운동 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는 이듬해 홍콩 정부가 친중국적 내용의 국민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12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대 운동을 주도, 그 도입 계획을 철회시켰다.
이후 학민사조는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벌인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주도했고, 차우는 '학민여신'(學民女神)으로 불렸다.
차우와 웡은 2016년에는 네이선 로와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결성했다. 이들은 2019년 홍콩 시위 때 국제사회에 연대를 호소하는 활동을 해 중국의 눈 밖에 났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차우는 일본에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 '민주 여신'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데모시스토당은 홍콩보안법 시행 직전 해산했고, 로는 영국으로 망명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7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로 등 8명의 해외 체류 민주 진영 인사에 대해 1인당 100만홍콩달러(약 1억7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이날 성명에서 차우의 행동이 무책임하고 공개적으로 법치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평생 도망자 딱지를 붙인 채 살지 말라고 촉구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