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이웃 영토편입' 국민투표…가이아나 "국경 감시 강화"(종합)
마두로 "헌법 수단으로 문제 해결"…'석유·금 매장지' 영유권 분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석유를 비롯해 풍부한 천연자원을 품고 있는 남미 가이아나 땅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베네수엘라가 국제사회의 반대 속에 해당 지역 영토 편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주권자 국민들의 절대적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우리는 헌법적, 평화적, 민주적 수단을 통해 영토 박탈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도 이날 유투브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수도 카라카스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마두로 정부는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천500㎢ 규모 영토와 그 유역에 대한 대중의 지지 의사를 모으기 위해 이번 투표를 진행했다.
현재 가이아나 땅인 해당 지역은 금과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크기와 비슷한 가이아나의 총 국토 면적(21만㎢) 중 3분의 2가 넘고, 가이아나 전체 인구(80만명) 중 12만5천여명이 살고 있다. 베네수엘라 인구는 2천800만명이다.
이 지역을 둘러싼 분쟁은 100년 넘게 계속돼 왔다. 1899년에 당시 중재재판소가 현재의 가이아나 땅이라고 판정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와의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며 분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2015년 미국 기업 엑손모빌이 에세퀴보 앞바다에서 석유를 발견한 이후 지난 9월 가이아나 정부가 에세퀴보 해역 석유 탐사 허가권을 놓고 입찰하는 경매를 열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베네수엘라 국민투표는 국제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 ICJ도 지난 1일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 주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자제할 것"을 명령했다.
베네수엘라 야당과 시민단체는 내년 대선에서 3선을 노리는 마두로 대통령이 민족주의적 열정 고취와 공정 선거에 대한 국내외 요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서 국민투표를 밀어붙였다고 주장한다고 로이터와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국민투표는 '1899년 중재판정 거부', '1966년 제네바 협약 지지', '영토 획정 관련 가이아나 주장 거부', 'ICJ 재판 관할권 인정 반대', '해당 지역에 새로운 주 신설 및 지역 주민에게 베네수엘라 시민권 부여' 등 5개 항목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방식이다.
마두로 정부는 '다섯 번의 찬성'(5 veces Si) 캠페인을 벌여왔다.
압도적 찬성표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두로 정부의 향후 계획은 우려를 낳고 있다.
양국과 국경을 맞댄 브라질 정부는 지난 1일 "국경 지역에서의 국방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인 G1은 보도했다.
투표 결과는 이날을 포함해 앞으로 한 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공표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또 "투표장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고 주장하며, 당초 투표 종료 예정 시간이었던 오후 6시께 '투표 시간 2시간 연장'을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취재진이 찾은 투표소에서는 줄을 서는 사람이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가이아나 정부는 "전 세계가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부결'로 정치적 성숙함과 책임감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 우리는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국경 지대 안전을 감시할 것"이라고 썼다.
알리 대통령은 앞서 지난 달 말 군 지휘관과 함께 해당 지역을 찾아 "우리에 대한 주권 침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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