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들, 국가안보 학과 개설 잇달아…"내부 불안 반영"
2018년 이후 10여개 대학서 개설…"국가 수호 목적" 홍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 안보 강화를 강조하면서 중국 대학들이 잇달아 국가안보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중국 교육부는 대학들에 국가안보 학과를 개설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해당 과목을 수학, 철학 같은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10여개 대학에서 해당 과목을 신설했다. 이 가운데 7개 대학은 일반 대학이며 더 많은 대학이 국가 수호 목적이라고 홍보하며 해당 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전까지 국가안보 과목은 주로 군과 안보, 법 집행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으나, 2018년부터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폭넓게 수강하게 됐다.
중국 교육부는 2021년 국가안보 학과 확대 프로젝트의 이유로 "중국이 복잡하고 심각한 국내외 도전에 직면해 있어 국가안보 인재의 대규모 육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과목의 석·박사 과정 육성과 특별 연구 자금 지원 계획을 알렸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은 국가안보 학과의 개설은 1949년 신중국 건립 이래 중국이 전례 없이 심각한 국제 환경에 직면한 가운데 국가 안보 분야 인재와 지식을 기르기 위한 장기 전략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안보 연구가 중국 사회과학 연구의 미래 방향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정부 소식통은 SCMP에 일반 대학에서 국가안보 학과를 개설하는 것은 공산당 지도자들이 국가안보 인식의 제고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은 이를 억압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서방이 중국보다 정보 운영에서 능숙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간첩 사건이 문제가 됐는데 많은 정부 관리는 외국인과 교류할 때조차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지도자들이 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 교육에서 시작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군사 학교 학생이 아닌 일반 대중과 젊은 층으로 국가안보 교육을 확대한 것은 교육 분야 전반에 걸쳐 안보 캠페인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하버드대 윌리엄 커비 교수는 SCMP에 "해당 학과의 개설은 중국의 국가안보가 위험에 처했다는 인식을 주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당내 불안감을 더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대학마다 국가안보 학과가 초점을 맞추는 분야는 다르다.
지린대는 2019년 해당 학과를 개설하면서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현지와 관련된 안보 문제를 전문으로 다룬다.
상하이 푸단대의 국가안보 학과는 중국이 사이버 안보를 강조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암호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민대는 중국과 주요 강대국 관계의 전문가 8명이 참여하는 국가안보 연구 프로그램을 지난달 개설했다.
베를린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의 카트야 드린하우젠은 SCMP에 "더욱 전문적인 국가안보 교육을 개발하는 것은 이점이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정상적인 일"이라면서도 "중국의 포괄적인 국가 안보의 개념은 너무 광범위해 거의 모든 것이 국가안보의 문제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안보 사상을 교육 시스템에 주입하려는 목적의 국가안보 커리큘럼은 매우 안보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중국 젊은이들의 사고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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