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러 해킹에 마비됐던 에스토니아 "한국과도 협력 필수"
에스토니아 국방기획차관보 나토 사이버훈련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매년 나토 최대 사이버연합훈련 주관…세계 최초 전자투표도 시행
(탈린[에스토니아]=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한국뿐만 아니라 에스토니아에서도 발생할 수 있죠. 국경은 사이버 공격의 제약이 될 수 없습니다."
티나 우데베르그 에스토니아 국방기획차관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사이버전에 초국가적 훈련과 대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나토 역시 냉전시대 전통적 의미의 전쟁에 대비해 '국경'을 기준으로 조직된 만큼 국경을 무력화하는 사이버전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관점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이유로 "나토 회원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같은 입장이 비슷한 나라끼리 다국적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는 탈린을 거점으로 나토의 연례 사이버방어 연합훈련 '사이버 코얼리션(Cyber Coalition) 2023' 계기로 진행됐다.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 훈련을 매년 주관한다.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이 연합훈련에 파트너국으로 직접 참여해 사이버전 대응 능력을 나토와 공유했다.
우데베르그 차관보는 "주요 기반시설 등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의 파급력은 훨씬 더 광범위하고 복잡하다"며 "취약성은 매우 크지만 방어 자원은 한정된 탓에 국가간에 정보와 노하우를 교류하고 집단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31개 나토 회원국 중 인구 133만명인 발트해 소국 에스토니아가 어떤 이유로 나토 사이버 연합훈련의 본부가 됐을까.
우데베르그 차관보는 2007년 에스토니아가 겪은 초유의 '국가마비 사태'를 결정적 계기로 지목했다.
구소련의 일부였고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기도 했던 에스토니아가 당시 탈린 광장에 있던 소련군 기념 동상을 철거하자 총리실과 의회는 물론 정부 중앙부처, 신문사, 은행 등 기간 시설의 네트워크가 2주 이상 마비됐다.
러시아 해킹 조직의 소행이었다.
우데베르그 차관보는 당시 사건이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상대로 한 최초의 사이버전"이었다면서 이후 나토 회원국 중에서도 사이버 보안 분야를 강화하는 데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나토 역시 이 사건 이후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사이버방위센터(CCDCOE)를 설치했다.
에스토니아는 유럽에서 사이버 보안에 가장 먼저 눈을 뜬 나라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지방의회 선거에 전자투표제를 병행 시행한 데 이어 2007년부터는 총선에도 적용했다. 현재 에스토니아 총선에서 전자투표율은 50%를 넘는다.
우데베르그 차관보는 "차기 정권을 누가 이끌지 결정하는 선거에서 사이버 보안은 생명"이라면서 "해킹 기술 발전 속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보안·방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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