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사라지는 기자들…"국가기밀 유출·국가안보 위협"

입력 2023-12-01 17:55
중국서 사라지는 기자들…"국가기밀 유출·국가안보 위협"

호주 언론인 청레이 3년만에 석방…홍콩 기자 출장길에 연락두절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고위 관리부터 연예인까지 중국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사라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가운데 기자들의 실종과 구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교도통신은 홍콩 유력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군사 전문 기자 미니 찬이 지난 10월 말 베이징으로 출장갔다가 연락이 두절됐다고 찬 기자의 친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찬 기자는 10월 29∼31일 베이징에서 열린 다자안보회 행사인 샹산포럼을 취재한 후 지인들과 연락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 당국의 군부 단속과 리상푸 국방장관의 갑작스러운 해임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찬 기자가 지금은 폐간된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에서 과거 근무한 바 있다고 1일 전했다.

앞서 지난 10월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레이는 3년간 중국에서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호주 시민권자인 그는 중국중앙(CC)TV의 영어방송 채널 CGTN 앵커로 유명해졌지만 2020년 8월 사라졌다. 얼마 후 호주 정부는 중국 정부로부터 청레이 앵커가 구금돼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국가 기밀을 해외로 유출한 범죄 활동을 한 혐의'로 그를 판결 없이 구금해 오다 지난 10월 풀어줬다.

그는 풀려나기 전인 지난 8월 호주 외교관에 보낸 편지에서 "1년에 햇빛을 단 10시간만 볼 수 있는 곳에 갇혀 있다"고 밝혔다.

청레이가 구금된 직후인 2020년 9월에는 호주 ABC 방송과 일간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에 각각 소속된 호주 국적 중국 특파원 빌 버틀스, 마이클 스미스 기자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출국 금지' 통보를 받았다가 호주 정부 도움으로 무사히 귀국한 일도 있었다.

이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국가 안보와 관련된 수사에 응하지 않으면 중국을 떠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후 주중 호주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 피신했다.

작년 6월에는 미국 블룸버그 통신 소속 중국인 기자 헤이즈 판이 중국에서 투옥 1년여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판 기자는 블룸버그 베이징 지국 기자로 일하던 중 2021년 7월 국가 안보 위협 혐의로 중국 공안 당국에 공식 구속됐다. 그러나 그에 앞서 2020년 12월에 체포돼 실제 구금 기간은 1년이 넘었다.

지난 4월에는 대만 기자 2명이 중국군 군사훈련을 취재하다가 중국 당국에 억류됐었다.

대만 둥썬(東森·EBC) 뉴스 채널의 두 기자는 중국 푸젠성 핑탄 지역에서 진행된 중국군 군사훈련 장면을 촬영하다가 중국 국가안보 부서에 의해 억류 및 거주지 제한 조치를 받았다.

2020년 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초기 확산 상황을 알렸던 중국인 '시민 기자'들도 여럿 실종됐다가 장기간 구금에 처해졌다.

팡빈 씨는 2020년 2월 1일 우한 제5병원에 환자들이 넘쳐나는 모습과 시신이 포대에 담겨 실려 나가는 모습 등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실종됐다. 이후 구금 상태에서 재판에 회부된 사실이 알려진 그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지난 4월 30일 형기가 만료되면서 석방됐다.

그와 같은 시기 우한 상황을 취재해 알렸다가 실종된 또 다른 시민기자 천추스 씨는 구금 1년 만에 석방됐고, 장잔 씨는 4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지난 5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3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중국은 180개국 중 179위를 기록했다. 180위는 북한이다.

RSF는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현재 구금된 언론인이 많은 3개국으로 중국과 미얀마, 이란을 꼽았다.

그러면서 "중국은 검열과 감시가 극심한 수준에 달했다"며 "중국은 홍콩을 포함해 110명을 구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론인이 갇혀 있는 나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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