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플러스' 이끈 반도체…對中 수출도 회복세 뚜렷
반도체 수출 16개월만에 '플러스'…내년 IT시장 수요↑ 전망
대중국 수출 4개월 연속 100억달러 상회…'플러스 전환' 턱밑
내년 수출 전망 '비온뒤 갬'…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제품이 이끌 것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기자 = 우리나라의 수출이 그간의 부진을 털고 두 달 연속 '플러스' 기조를 이어가면서 연말과 내년 수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아울러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올해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무역업계는 정보기술(IT) 업황이 개선되면서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활력을 되찾고 이런 영향으로 대(對)중국 수출 실적도 회복되면서 전체 수출에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이끈 반도체…내년 전망도 밝아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1월 수출액은 558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7.8% 증가해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우리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12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며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10월 마이너스 고리를 끊고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는데, 11월에도 이런 흐름을 이어가면서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은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1년 넘는 부진을 털고 회복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
11월 반도체 수출은 95억2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9% 증가해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8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올해 1월 -44.5%로 바닥을 찍었다. 이후 7월부터 -33.6%, -20.6%(8월), -13.6%(9월), -3.1%(10월) 등으로 개선되다가 지난달(12.9%)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메모리가 담당한다.
D램 고정가는 올해 1∼3월 1.81달러에서 4월 1.45달러로 내린 뒤 8월 1.3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0월 1.50달러, 11월 1.55달러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낸드 고정가 역시 지난 3월 3.93달러, 4∼9월 3.82달러, 10월 3.88달러 등 3달러대에 머물다가 11월(4.09달러)에 4달러대를 회복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전체 수출 품목 중 가장 크다. 이어 자동차(12%), 일반기계(9%), 석유제품(8%), 석유화학(7%) 등이 수출을 이끌고 있다.
반도체 수출 전망도 밝다.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스마트폰 신제품과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세계 IT 시장의 반도체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 '최대 시장' 중국 수출도 회복세 지속…반도체 반등 영향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11월 대중국 수출은 114억달러로, 4개월 연속 100달러 이상 실적을 이어갔다. 이는 올해 최대 실적이다.
작년 같은 달에 비해서는 0.2% 감소했지만 '플러스 전환'의 문턱까지 왔다.
대중국 수출은 올해 3월 작년 동월 대비 33.0% 줄며 저점을 찍은 뒤 7월 -24.9%, 8월 -19.8%, 9월 -17.6%, 10월 -9.6% 등으로 꾸준히 감소 폭을 줄여왔다.
적자로 돌아섰던 무역수지도 지난 1월 -39억4천만달러에서 11월 -7억3천만달러로 적자 폭을 줄이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중국 수출 회복은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 반등의 영향이 크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1분기 45%, 2분기 35%, 3분기 35% 각각 감소하는 등 부진했으나 중국 내 수요 증가로 10월 -8%로 감소 폭을 줄인 데 이어 11월 6% 상승하며 마이너스 부호를 뗐다.
무선통신 수출 증감률도 1분기 -4%, 2분기 -21%, 3분기 -10%에서 11월 8%로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광군제를 앞두고 컴퓨터 수요가 늘어나는 등 일부 품목의 수출은 개선됐으나 철강, 석유제품 등의 회복이 더뎌 전체 수출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은 엔데믹 이후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생각보다 느리게 나타나고 있지만 대중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지난달 30% 증가하는 등 작년 수준은 거의 회복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 내년 수출 전망은?…반도체 '맑음'·중국 '플러스 전환'
두 달 연속 수출 플러스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내년 무역 상황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대부분 올해보다는 수출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달 30일 '2023년 수출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나라의 수출이 올해보다 7.9% 증가한 6천8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도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올해 150억달러 적자에서 내년에는 140억달러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추산됐다. 수출 기상도로는 '비온뒤 갬'으로 표현했다.
연구원은 글로벌 IT 시장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내년 반도체 수출이 올해보다 20% 넘게 증가하는 등 IT 제품이 수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지난달 20일 펴낸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시황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자동차 수출이 견조한 상승 흐름을 유지하면서 전체 수출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이 완전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는 내년 1분기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반도체·대중 수출이 상승세를 보이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고금리, 지정학적 리스크,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대외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한 것은 없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수출 부진의 주원인이던 반도체 등 IT 품목의 수출이 회복세로 접어들어 수출도, 무역수지도 플러스를 기록했다"며 "수출이 그간의 터널에서 벗어나 밝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원장은 대중국 수출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그간 우리의 최대 무역 흑자국에서 올해 적자국으로 반전됐지만,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면서 내년에는 수출 플러스로 돌아서 주요 교역 시장의 위치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완기 실장은 "11월 수출 성과는 기업과 국민, 정부가 '원 팀 코리아'로 힘써온 결과"라며 "수출 상승 흐름이 연말을 지나 내년에도 이어져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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