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스파이·테러' 복수국적자 시민권 박탈법 재추진
장관에게 박탈권 준 조항, 위헌 판결…법원 판단에 맡기는 새 법안 발의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정부가 스파이 행위를 하거나 테러 활동에 가담한 복수국적자에 대한 시민권 박탈 법안을 다시 마련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호주 하원은 전날 연방 정부가 발의한 시민권법 개정안을 109대 11로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겼다.
이 법은 테러에서 스파이 행위까지 심각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법원이 개인의 호주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이는 복수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시민권 박탈로 무국적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2015년 호주 정부는 시민권법을 개정, '국가에 대한 충성'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복수국적자는 유죄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내무부 장관이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2017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레바논 복수국적자의 시민권을 박탈했고, 이후에도 여러 명의 시민권이 말소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연방 대법원은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장관에게 마치 법원처럼 특정인의 유무죄를 판단할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다.
이 판결로 시민권을 박탈당했던 이들의 시민권도 복원됐다.
그러자 호주 정부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안을 내놓았다.
클레어 오닐 내무부 장관은 "이 법안은 호주에 대한 충성심을 거부할 정도로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복수국적자를 처리할 수 있는 적절한 메커니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녹색당은 법안의 중대성에 비해 너무 서둘러 의회를 통과시키려 한다며 "정부가 보수 연립 야당의 공포 조장에 굴복해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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