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리즈 체니 "트럼프 2020년 대선 직후 패배 시인"
내달 출간 저서서 주장…"트럼프, 패배 인지하고 주변에도 말해"
매카시, 대선 이틀 뒤 "트럼프도 끝났다는 거 안다"고 말해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이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 당시 비화를 담은 저서를 내달 출간한다.
29일(현지시간) CNN이 사전 공개한 체니 전 의원의 신작 '선서와 명예'(Oath and Honor)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직후 이미 자신의 패배를 인지했고 이를 주변에도 언급했다.
당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였던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대선 이틀 뒤 체니 전 의원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는 모든 슬픔의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카시 전 의장은 같은 날 폭스뉴스에 출연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이겼다'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체니 전 의원은 비난했다.
매카시 전 의장이 1·6 사태 3주 뒤 은밀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 것도 체니 전 의원의 저서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체니 전 의원은 매카시 전 의장이 후원금 모집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마러라고를 비밀리에 찾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카시 전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의 염려가 커서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들은 정말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먹지도 않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의회난입 사태 당일에는 공화당 의원총회 회의장 안에서 대선 경합주마다 선거인단 투표에 대한 탄원서에 줄을 서서 서명하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고 체니 전 의원은 밝혔다.
의회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10명의 공화당 인사 가운데 한 명인 마이크 그린 전 하원의원은 당시 서명을 마치고 내려오며 겸연쩍게 "'오렌지 지저스'(Orange Jesus)를 위해 우리가 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체니 전 의원은 기술했다.
'오렌지 지저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부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명 가운데 하나로, 그의 피부색 톤이 오렌지색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그를 예수로 비유하며 언급하는 표현이다.
결국 그린 전 의원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에 빗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꼰 셈이다.
체니 전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현재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도 직격했다.
조던 위원장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무시하며 "오직 중요한 것은 승리뿐"이라고 말했다고 체니 전 의원은 폭로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체니 전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 당시만 해도 강력한 지지자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임기 말에는 반목을 거듭하며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체니 전 의원은 공화당이 보이콧한 하원 1·6 특위에 참여해 사태 배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목하며 비판한 바 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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