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투수' 복귀 1년 디즈니 CEO "예상보다 과제 많았다"

입력 2023-11-29 11:34
'구원 투수' 복귀 1년 디즈니 CEO "예상보다 과제 많았다"

밥 아이거, 15년간 CEO 재임 후 퇴직했다 복귀

'자산 매각' 철회…인수보다는 기존 사업에 투자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수많은 도전 과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과제가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의 밥 아이거(72) 최고경영자(CEO)가 복귀 1년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방송 등 미국 언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거 CEO는 2005년부터 약 15년간 디즈니를 이끈 뒤 2020년 퇴직했다. 그러나 후임자의 실적 부진에 따라 지난해 11월 과감한 구조조정과 실적 개선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돌아왔다.

WSJ 등에 따르면 아이거 CEO는 이날 뉴욕의 사내 타운홀 미팅에 나서 직원들에게 지난 1년의 활동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건물을 많이 수리하던 시기에서 막 벗어난 것 같다"며 "난 수리보다는 건축하는 쪽이 훨씬 더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올해 들어 일자리 7천개를 줄이고 콘텐츠 비용을 삭감하는 등 지출 축소에 몰두해왔으며, 이를 통해 올해 75억달러(9조7천억원)를 절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이거 CEO는 또 지난여름 언급했던 자산 매각 방침과 관련해 질문을 받고는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사실상 철회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시 언급과 관련해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이 팔릴 것으로 받아들일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디즈니는 스포츠 채널 ESPN, ABC 방송 등 다수의 자산을 보유해 매각 발언은 상당한 관심을 불러 모은 바 있다.

아이거 CEO는 앞으로는 이전 임기 때처럼 인수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신, 향후 10년 동안 600억달러(77조원)를 투자해 디즈니 테마파크를 확장하고, 늦어도 2025년까지 ESPN의 소비자직접판매(D2C) 플랫폼을 구축하며, 너무 많은 제작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화 스튜디오 부문을 재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에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현대적 버전"을 구축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이거 CEO는 이전 재임 중 시장 점유율을 5배 늘렸고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해 회사를 콘텐츠 제국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2월 자리를 내놨으나 후임 밥 체이펙이 실적 부진으로 조기 경질되면서 지난해 11월 '콘텐츠 제국'의 수장으로 돌아왔다.

디즈니는 지난 7∼9월 분기(회계연도상 4분기) 순이익이 2억6천400만달러(약 3천4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테마파크를 포함한 체험사업 부문이 호조였고, 전통적인 미디어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포함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은 TV 방송 매출 감소로 부진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