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험 무릅쓰고 이스라엘에 몰리는 美자원봉사자들
의사·소방관 자원봉사 러시…징병 인한 농장일꾼 공백도 메워
"모두 내 형제자매", "인생에서 이보다 큰 성취감은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 볼티모어의 한 병원에서 응급실 의사로 일하는 도브 프랭클(50)은 최근 이스라엘의 해안도시 아슈켈론에 있는 바르질라이 의료센터에 2주 동안 자원봉사를 갔다.
전쟁터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약 16㎞ 떨어진 이 의료센터는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으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는 곳이다.
프랭클은 "내 인생 전체가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며 "직업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내 인생에서 이보다 큰 성취감은 없었다"고 의료 자원봉사에 큰 의미를 뒀다.
미 뉴욕 브롱크스에 있는 몬테피오르의료센터의 외과 레지던트 앤 몬탈(36)은 이스라엘 자원봉사에 대해 "뭔가를 하려고 하니 무력감이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를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무력 충돌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 '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 '여행 재고'로 상향 조정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프랭클은 물론 그와 미국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이스라엘을 찾은 또 다른 병원의 응급실 의사 베리 한(51)은 재난구호단체 '응급 자원봉사자 프로젝트'(EVP)를 통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한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됐을 때 이스라엘에 사는 두 성인 자녀를 방문하고 미국으로 귀국할 때 숨이 막혔다고 회상하며 "나는 미국인이지만 이들은 내 사람들이고 내 형제자매, 사촌, 딸, 아들"이라고 말했다.
프랭클과 한은 언제든 자신들이 필요하면 이스라엘 병원으로 되돌아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군 및 소방대와 협력하는 EVP는 해외 자원봉사자들이 이스라엘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십명의 자원봉사자가 EVP를 통해 이스라엘에 갔고, 많은 의료진과 소방관이 자원봉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미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소방서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기술업체 임원 오피르 크레처-카치르도 그중 한명이다.
그의 아내는 이스라엘 농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일하는 자원봉사를 준비하고 있다.
20명의 미국 소방관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도 이스라엘을 찾았다.
이스라엘군의 예비군 소집과 외국인 근로자 이탈로 생긴 농장 일꾼 공백 사태도 자원봉사자가 일부 메우고 있다.
미 플로리다에서 컴퓨터 네트워킹 사업을 하는 글렌 그로스먼(69)은 최근 몇 주간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의 한 농장에서 올리브와 포도를 따는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는 당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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