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일상 되찾아가는데"…장기휴전 갈망하는 가자주민들
삶 터전 잃은 슬픔 딛고 나흘간 두려움 없이 단잠
일시구호에 생활고 여전…"완전히 집에 가서 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일시 휴전으로 잠시나마 숨통을 트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짧았던 나흘간의 평온이 더 이어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기약 없는 휴전 연장 소식을 고대하는 한편으로 언제 다시 울릴지 모르는 포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합의대로라면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일시휴전의 마지막 날이다.
주민들은 폭격이 멈춘 나흘 동안 앞서 48일간의 전쟁으로 무너졌던 일상을 조금이나마 되찾았다. 연락이 끊겼던 가족과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했고, 거리를 자유로이 걸어 다녔다.
가자시티 출신의 프리랜서 사진기자인 무함마드 알아크라스(35)는 휴전이 시작되자마자 45일간 떨어져 있었던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알아크라스는 "최소 몇시간이라도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휴전 기간에 우리는 삶을 점차 되찾기 시작한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락하고, 돌아다니고, 아이들을 위한 필수품을 샀다"고 말했다.
다린 은세르(46)는 휴전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집을 확인하러 갔다. 가자시티 인근 다른 동네로 피란했다가 7주 만에 돌아와 본 집은 폭격을 당해 창문이 깨지고 벽이 무너져 형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휴전으로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인도주의 구호품이 늘어난다고 들었지만, 은세르는 아직도 가족들이 먹을 음식이나 취사용 가스를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전히 고달픈 생활이어도 휴전으로 확실히 얻은 것도 있다. 밤사이 귀를 때리던 포성 소리가 잦아든 덕에 주민들은 모처럼 단잠을 잤다.
은세르는 "지난 나흘간은 스트레스나 두려움 없이 비로소 푹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는 가자지구 남부 해변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여러 주민이 나와 거니는 동안 어부들은 바다에 그물을 던졌다. 아이들은 물에 들어가 첨벙거리며 놀고 모래 장난을 했다.
마치 전쟁 발발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풍경이었다.
주민들은 되찾은 일상이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휴전이 이어지는 나흘간 주민들은 교전 재개에 대비하며 보급품을 챙기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일시휴전을 이틀 연장한다는 소식이 이날 늦게 전해졌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스라엘은 휴전 연장 합의를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은세르는 "나는 집으로 완전히 돌아가고 싶었다"며 "우리는 그들이 휴전을 연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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