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대란 독일내각 올해 추경 의결…"내년 성장률 0.5%P 타격"
연방의회에 부채제동장치 적용제외 위한 위기상황 선포 요청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사상 초유의 예산대란을 맞은 독일 정부가 27일(현지시간) 64조원 규모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지만, 내년 예산을 어떻게 할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연방헌법재판소의 올해와 내년 예산 위헌결정에 따라 난 '구멍'을 그대로 두면 독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독일 정부는 추산했다.
독일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 자유민주당·노랑, 녹색당·초록) 연립정부는 이날 내각 회람을 거쳐 448억유로(약 64조원) 규모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중 432억 유로(약 62조원)는 부채로 조달하고, 16억 유로(2조3천억원)도 역시 빚내 2021년 대홍수에 따른 재건지원기금에 지원된다. 이에 따라 올해 부채제동장치에 따른 상한을 448억 유로 초과하게 된다고 독일 재무부는 밝혔다.
독일 정부는 동시에 연방의회에 사후적으로 올해 부채제동장치 적용 제외를 위한 위기 상황 선포를 요청했다. 위기 상황 선포 사유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충격 지속을 들었다.
독일 헌법에 규정된 부채제동장치는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0.35%까지만 새로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다만, 자연재해나 특별한 위기 상황에서는 연방의회에서 적용 제외를 결의할 수 있다. 독일 정부가 올해 본예산과 추경예산을 합쳐 내게 되는 부채규모는 706억 유로(100조6천억원)다. 부채제동장치가 적용된다면 한도는 258억유로(37조원)다.
독일 헌재는 지난 15일 독일 정부의 올해와 내년 예산이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2021년 신호등 연립정부가 집권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쓰이지 않은 600억 유로(86조원)를 기후변환기금(KTF)으로 전용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규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것은 위헌이라며 KTF를 위한 국채발행 허가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최소 86조원이 비게 돼 예산삭감이 불가피해지면서 당장 올해와 내년 예산에서 KTF를 통해 재원 조달이 예정됐던 사업은 모두 취소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독일 재무부는 헌재 결정 이후 전 부처에 신규 지출 전면 중단을 요청하고 KTF는 물론 에너지 가격 급등 대응 용도인 경제안정기금(WSF)을 통한 신규 지출도 일제히 유보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오전 16개주 경제장관과 회의를 열고 "우리가 하기로 한 모든 사업은 가능하게 해야한다"면서 "기후변환기금을 통해서는 새출발을 위한 생태시스템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00억 유로가 부족하게 되면 내년 성장률에 0.5%포인트 타격이 될 것"이라며 "2025∼2026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의결된 올해 추경예산보다 더욱 문제는 내년 예산이다. 당장 내년에 KTF나 WSF 등에 넣었던 사업들을 다시 본예산으로 끌어오려면 추가로 빚을 내야 하는데 이는 부채제동장치 적용 제외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독일 연방의회가 내년에도 부채제동장치 적용 제외를 위한 위기상황 선포를 결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스키아 에스켄 독일 집권 사민당 대표는 "우리는 진정 다면적이고 힘든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원은 지속돼야 하고, 내년에 독일은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를 치러야 하므로 위기상황 선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8일 연방의회에서 예산대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정부업무보고에 나설 예정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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