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농장 외국인 노동자 '엑소더스'…1만명 빠져나가
하마스 공격 이후 탈출 행렬…이스라엘 농가 인력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 농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무더기로 빠져나가 이들 농장이 일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달 7일 이후 외국인 노동자 1만명이 자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한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1천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엔 외국인들도 포함됐다. 태국인들이 가장 많다. 가자지구 인근 농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다.
이스라엘 내무부에 따르면 전쟁 전 가자 주변 농장에 고용된 태국인 노동자만 약 6천명이었다.
이스라엘 농장에서 일하다 최근 태국으로 돌아간 나타퐁 두앙찬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돌아가기엔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었다. 농장에 이틀간 숨어있다가 이스라엘군에 구조됐다.
이스라엘 농무부는 자국 농장들이 현재 약 3만∼4만명의 노동자를 잃었으며, 그중 절반은 전후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로 입국이 금지된 팔레스타인인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농가는 1990년대까지 주로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에게 의존했다. 그러다 제1차 인티파다(대 이스라엘 무장투쟁)로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인들 노동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점차 대체 인력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상당수가 태국 북동부의 빈곤 지역 출신으로, 이스라엘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근로 기간은 짧게 두고, 가족 부양은 허용하지 않는 등 엄격한 조건을 적용해 이들을 관리해왔다.
일꾼을 잃은 이스라엘 농가는 이제 실존에 위협이 되는 수준의 문제를 겪고 있다.
낙농가에서는 숙련된 인력이 하루에도 몇번씩 젖소의 우유를 짜줘야 한다. 10∼11월은 작물 수확 기간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전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농가 지원에 나서긴 했지만, 절실히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스라엘 농가에서는 앞으로 안전 보장 없이는 가자 인근 지역 농장의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걱정하고 있다.
태국 노동자들이 돌아올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는 스리랑카 등 다른 나라에서 5천여명을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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