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10대 하마스 인질들 '엄마 피살·아빠 실종' 몰라
50일만에 돌아와 비보 접해…석방된 인질들 여전히 공황상태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 남매 노암(16)과 알마(13)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지 50일 만에 풀려나 처음 접한 소식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가 살해됐고 아빠는 실종됐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고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직후 이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들 남매의 삼촌 아할 베소라이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엄마가 살해당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50일 만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됐는데 처음 접한 소식은 엄마가 더는 살아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충격과 고통이 크고 눈물도 많이 쏟은 것 같다"고 전했다.
베소라이는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조카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 일환으로 풀려난 지 몇시간 뒤인 전날 저녁 이들에게 부모 소식을 전하는 것은 힘들었다고 말했다.
노암과 알마 남매는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집단농장)를 공격했을 때 부모와 생이별했다.
이들 남매는 당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곳에 있는 자신들의 집에 불을 질렀을 때 안전실(누군가의 침입·공격 시 피난·은신할 수 있는 방)에 부모와 함께 있었다.
베소라이는 "하마스 테러범들이 이들 가족을 안전실 밖으로 끌어내려고 집을 불태웠다"며 "아이들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다른 곳에 숨으려고 했지만, 테러범들에게 발견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이들 남매의 엄마 요나트(50)는 숨으려다가 하마스 무장대원의 총에 맞고, 아빠 드로르(50)는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남매는 가자지구의 한 단칸방에 다른 여성과 함께 갇혀있었다.
베소라이는 "아이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방에 앉아서 식사하는 것도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하마스가 풀려날 줄 모르는 아이들의 눈에 테이프를 붙이고 차에 태우고 가서 적십자사에 인계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은 억류 당시 함께 있던 여성과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남을 수 있도록 버텼다.
하마스의 억류에서 풀려난 인질들이 정신적 충격에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소년 오하드 먼더(9) 가족의 충격은 가시지 않고 있다. 오하드는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마스에 납치돼 할아버지만 빼고 1차 인질 석방을 통해 풀려났다.
오하드의 사촌 로니 라비브(27)는 이들과의 대화에서 억류 당시 견딘 고통스러운 순간을 엿볼 수 있다며 "이들은 여전히 충격 속에 있다"고 말했다. 오하드의 할아버지 아브라함 먼더(78)에 대한 소식을 알 수 없는 것도 가족들에게는 큰 걱정이다. 고령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어 인질 생활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먼더는 눈이 안 좋아 잘 보지 못하고 지팡이를 짚고 걸으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다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
이들 가족은 모두 다시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더 많은 인질의 석방을 촉구하는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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