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가속에 충격적 속울렁임…포르쉐 익스피리언스센터 체험

입력 2023-11-27 07:00
폭발적 가속에 충격적 속울렁임…포르쉐 익스피리언스센터 체험

中상하이 센터 韓 취재진에 첫 공개…2시간 동안 스포츠카 5개 모델 체험

국내에도 익스피리언스센터 건설 검토 중



(상하이=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지난 24일 오전 중국 상하이 국제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PEC) 상하이'.

전시 공간을 포함한 2층 건물 안에 들어가자마자 '부아앙∼'하는 스포츠카 특유의 굉음이 두꺼운 유리 벽까지 뚫고 귀에 꽂혔다.

이곳은 포르쉐 모델을 단시간 내 집중적으로 운전해 볼 수 있는 아시아 최초의 PEC. 현재 아시아에는 중국과 일본 2곳에만 있다.

2018년 문을 연 PEC 상하이는 축구장 약 14개 크기의 10만㎡ 부지에 들어섰다.

국내 취재진이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2시간 동안 4개 세션에서 포르쉐 5개 모델을 연속 드라이빙할 기회를 가졌다.

기자는 생애 첫 공식 시승을 외국에서 그것도 스포츠카로 끊게 됐다.



포르쉐 대표 모델인 타이칸 터보, 911, 718 GTS, 파나메라 터보 S, 911 터보 S를 순차적으로 체험했다. PEC 상하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은 포르쉐 차량 50대 이상, 강사 12명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승용차보다 낮은 포르쉐 차체가 스포츠카를 처음 몰아 본 기자에겐 생소했지만 그만큼 무게 중심도 낮아져 주행 초반부터 밀착감과 무게감이 확 다가왔다.



첫번째 세션은 '로우 프릭션'(Low Friction)이라 불리는 마찰 감소 체험 프로그램이다.

액션 영화에서 볼법한 드라이빙으로 물이 흥건히 고인 장소에서 타이칸 터보 모델의 짜릿한 쾌감과 급가속을 경험할 기회였다.

타이칸 터보는 최고 출력 680마력을 자랑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2초 소요되는 스포츠카다.

포르쉐의 강력한 토크(바퀴 축을 순간적으로 돌려주는 힘)를 경험할 수 있다는 강사의 설명을 듣고 바로 실전에 나섰다.

제어 보조 장치를 끈 상태로 물이 가득 고인 원형 장소를 천천히 반바퀴 돌 때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며 순간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때를 기다리던 강사가 영어로 '파워'를 외쳐대며 급회전과 동시에 급가속 시도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엔진이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렸다. 차체의 진동도 온몸으로 전달됐다.

정신은 혼미했다. 이처럼 차를 몰면서 급가속을 시도한 적이 없었던 데다 차체가 옆으로 미끄러지듯 달리는 경험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체험 세션은 직선 구간 100m가량을 달린 뒤 분수를 통해 물이 뿌려진 도로를 달리는 '킥 플레이트'(Kick Plate)다.

주행 중인 차량 뒷바퀴를 순간적으로 옆으로 미끄러지게 해 운전자 중심을 인위적으로 흐트러뜨리는 특수 공간에서 운전 능력을 배우게 된다고 강사는 설명했다.

이 공간에서는 뒷바퀴가 통제력을 잃었을 때 재빨리 핸들 방향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민첩성과 순발력이 필요했다.

물길을 달릴 땐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어느 것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강사의 주문도 이어졌다.

이번엔 포르쉐 911 모델을 타고 시속 40km로 물길을 향해 돌진했다. 911 모델은 최고 출력 392마력에 최대 토크 45.9kg·m을 발휘하는 스포츠카다.

첫번째 시도에서 이 차의 뒷바퀴가 물길에 닿자마자 예상대로 차량 뒷부분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곧바로 핸들을 뒷바퀴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돌리며 차체를 직선 방향으로 바꾸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차체가 90도 넘게 회전해 앞으로 나아가기조차 어려워 차량을 멈춰 세웠다.

두번째 시도에서는 속도를 조금 더 높인 시속 45km로 진입했다. 핸들 방향 조정을 더 빠르게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방향 조정에 나름 선방했다.

하지만 세번째 시도 때 시속 50km로 물길을 접했을 땐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차체 뒤가 무언가에 충돌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경을 곤두세운 채 팔목과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만반의 대비를 했어도 순간적 판단에 따라 핸들을 제어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한두 번 핸들을 크게 돌려봤지만, 그 이상은 정상적 주행이 불가능해 또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말았다.

빗길 고속 운전이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닫는 동시에 짜릿함도 느껴졌다. 일반 도로에서는 시도해 볼 수 없는 현실에서 그것도 스포츠카 핸들을 180도 가까이 돌리며 통제를 시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흥분이 된 탓이다.

이때까지는 차멀미나 신체 이상 증상 없이 흥미로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세번째 체험 세션에선 난도나 신체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자동차 장애물 경기와 같은 '짐카나'(Gymkhana) 프로그램과 맞닥뜨린 까닭이다.

이 세션은 자동차 경주에서나 볼 법한 급회전을 하거나 급히 가속과 감속을 수시로 전환하는 탓에 레이서가 화려한 운전 기술을 뽐낼 기회로도 여겨진다.

좁고 짧은 코스를 빠르게 완주하는데 시간을 초단위로 재기 때문에 그 성과도 현장에 설치된 전광판을 보고 그 즉시 알 수 있다.

이번엔 포르쉐 718 GTS 모델을 몰고 짐카나 체험에 나섰다.

718 GTS 모델은 전통적인 미드십 엔진에 감각적 젊은 디자인을 갖춘 스포츠카다. 최고 출력 407마력에 최대 토크는 43.9 kg·m에 달한다.

강사가 저속과 고속 주행으로 주황색 콘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S 코스, 유턴, 직진 코스를 반복해 달리며 2차례 시범 운행을 했다. 저속 땐 32초, 고속 땐 25초대 완주 기록을 보였다.

이어 기자도 저속과 고속 주행을 순차적으로 시도하며 긴장 속에 경주용 드라이브에 나섰다. 더 빨리 달려 완주 시간을 1초라도 단축해 보고 싶은 욕망이 뒤따랐다.

레이서이기도 한 강사는 자리를 다시 바꿔 앉아 화려한 기교를 선보였다.

보조석에 앉은 기자는 강사의 첫 짐카나 실전 주행을 지켜볼 때만 해도 핸들을 급하게 돌리고 급회전 때 브레이크와 페달을 순간적으로 밟고 떼는 동작에 놀라움을 표했다. 핸들이 빠르게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게 핸들에서 잠시 손을 떼 놓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보조석 옆문에 있는 손잡이를 꼭 잡고 타이어가 도로를 삼킬 듯한 굉음을 들으며 운전을 나름 즐기기도 했다.

분당회전수(RPM)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더욱 커진 엔진 소리와 차체 진동이 신체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강사가 2번째, 3번째, 4번째 짐카나를 시도하면서 속울렁임이 점점 심해졌다.

폭발적 가속에 이은 급브레이크 작동을 반복 경험한 탓이다. PEC 체험 직전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이 뱃속에서 뒤틀리는 느낌까지 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강사가 한 번 더 시도한다면 신체 내부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를 불안감마저 엄습했다.

같은 조에 속한 또 다른 기자가 짐카나 세션만 정중히 거절한 이유를 그때서야 알아차렸다.

하지만 기자에겐 스포츠카의 속도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인 탓에 반드시 체험해 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게다가 난도 높은 운전 기술과 스피드를 요구하는 만큼 모터스포츠 애호가라면 당연히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4번째 세션은 헬멧을 착용한 채 1.4km 구간 트랙을 크게 한 바퀴 돌며 역동적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핸들링 서킷' 프로그램이다.

포르쉐의 야심작 파나메라 터보 S와 911 터보 S를 번갈아 타면서 해당 구간을 2바퀴씩 모두 4바퀴를 질주했다.

4L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한 파나메라 터보 S는 최고 출력 642마력, 최대 토크 83.7kg·m을 뽐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315km에 달하는 다재다능한 스포츠카로 평가받는다.

이 모델은 스포츠 플러스 모드 적용 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1초밖에 걸리지 않는 데 이를 체감할 정도로 직선 코스에서는 속도감을 만끽했다.

직진 주행 후 커브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빠르게 가속할 때도 상체의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코너링에서도 낮은 무게 중심 탓에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었고 빠른 감속 역시 매우 자연스러웠다.



마지막 프로그램까지 마치면서 기자는 포르쉐 차종 가운데 마칸과 카이엔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대표 차종을 몰았다는 설명을 들었다.

포르쉐 모델 대부분이 차체가 낮아 운전석과 보조석에 앉고 하차할 때 조금 불편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승용차에 비해 다소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스포츠카 대부분이 퍼포먼스를 중시하다 보니 이런 승하차 때 느낌이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상하이 PEC에서는 전체 6개 세션이 운영된다고 했다. 다만, 이번엔 비포장도로와 산악지형 체험 코너인 '오프로드'(Off Road) 등 2개는 사정상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포르쉐는 현재 한국과 싱가포르에도 PEC 건설 프로젝트를 검토 또는 추진 중이다.

데틀레브 본 플라튼 포르쉐AG 세일즈·마케팅 총괄 임원은 지난 25일 "한국에 포르쉐 센터 설치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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