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마약탐지견 '로드', 새로운 가족과 여행 다녀요"
탐지견의 생애, 훈련→탐지견 활동→은퇴→민간 분양
관세청, 내년도 탐지견 복지 예산 8억원 확보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안녕, 내 이름은 로드. 2017년 5월 태어난 래브라도 리트리버야.
세 살이 되던 해 마약 탐지견 됐지.
인천공항세관과 인천세관에서 3년간 열심히 일했어. 최고의 탐지견을 뽑는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적도 있다니까?
지금은 은퇴했어. 새로운 엄마와 아빠, 형들을 만났지. 가족과 함께 여행 다니는 게 내 행복이야!"
로드가 한때 활약했던 것처럼 현재 관세청에서 활동하는 마약 탐지견은 모두 39마리.
래브라도 리트리버, 스프링거 스파니얼 2종으로 평균 나이는 4.4세다.
태어난 후 12∼16주간의 훈련과정을 거쳐 합격한 절반가량이 최종적으로 탐지견이 된다.
탐지견들은 담당 탐지 조사요원(핸들러)과 1:1로 짝을 이룬다.
한번 핸들러와 탐지견이 관계를 맺으면 탐지견이 은퇴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속해서 함께 활동한다.
"초창기에는 탐지견과 견사에서 같이 잘 정도로 정을 많이 줘서 헤어지고 나면 많이 보고 싶었어요. 지금도 꿈에 가끔 나와요."
6마리의 탐지견을 맡아봤다는 27년 차 핸들러인 인천공항세관 박지용 주무관은 27일 연합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박 주무관은 "오히려 지나친 애정은 훈련에 있어서 핸들러나 탐지견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험으로 느끼게 돼 과거보다 애정을 덜 주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전문가다운 마인드로 최고의 탐지견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박 주무관은 현장에서 언제, 어디서든 마약 냄새가 나면 탐지견이 스스로 인지하고 쫓아갈 수 있도록 능동적인 탐지를 유도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다고 전했다.
그는 식탐이 많았던 한 탐지견과의 일화를 떠올렸다.
입국장에서 대인 탐지 중 한 외국인이 들고 오는 쇼핑백에 탐지견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들어갔다 나왔는데 보름달같이 커다란 둥근 빵을 물고 있었다고 한다.
박 주무관은 "상대가 이해해주고 넘어가서 다행이었지만 등줄기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던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탐지견과 핸들러, 즉 탐지조들이 적발한 마약류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8억원 상당의 8천949㎏이다. 지난해 한 해 6천399㎏보다 늘었다.
탐지견들은 평균 7∼8년간 임무를 수행하고 보통 8살 전후에 은퇴한다.
마약 밀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나라에 헌신한 만큼 이들 탐지견이 은퇴한 후에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관세청의 역할이다.
은퇴한 탐지견은 탐지견 훈련센터로 돌아온다. 센터에서 분양 전까지는 새로운 담당자와 산책도 하고 에티켓 교육을 받는다.
입양 신청은 상시로 할 수 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적의 양육 환경과 양육 태도를 가진 이들이 입양자로 선정된다.
탐지견 분양은 은퇴한 탐지견 외에도 선발 과정에서 탈락한 훈련견도 포함해 1년에 한 차례 매년 5월께 한다.
올해 훈련견 14마리 중 10마리가, 은퇴견 8마리 중 5마리가 입양됐다.
입양 당일에는 탐지견과 현장에서 같이 근무한 핸들러, 탐지견 훈련센터 직원, 입양자가 참석한 가운데 '은퇴식'이 열린다.
관세청은 업무를 수행 중이거나 은퇴한 탐지견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내년도 예산 8억1천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올해보다 전액 순증됐다.
관세청은 탐지견 견사·훈련동 시설을 개선하고 현대화하는 데 5억원, 재활치료센터 구축에 2억원, 사료·영양제와 민간 분양 지원에 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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