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도 못 말린 암호화폐 투자…"아들 60% 손실"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전 세계 금융시장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아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보는 것을 막지 못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두 아들 중 한 명이 암호화폐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고 독일 슈피겔이 전했다.
평소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라가르드 총재는 "아들은 나를 제왕적으로 무시했다"면서 "이는 그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은 투자한 돈을 거의 모두 잃었다"면서 "투자액은 많지 않았지만, 손실액은 6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후 아들과 추가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대화를 나눈 뒤에야 그는 마지못해 내가 맞는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30대인 두 아들 중 누가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러분이 볼 수 있듯 나는 암호화폐를 낮게 평가한다"면서 "누구나 자기 돈을 원하는 곳에 투자할 권리가 있고, 원하는 만큼 도박도 할 수 있지만, 아무에게도 불법 거래나 사업에 참여할 권리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암호화폐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돈세탁이나 테러 재원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암호자산 관련 규제(MiCA)는 올해 6월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다만 전면적 시행을 위한 체계가 갖춰지는 것은 내년 말이 될 전망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런 EU 차원의 규제는 첫걸음이라며,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