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대기근 학살의 날…한밤중 키이우에 러 드론 무더기 공격(종합)
2주만에 또 공습당해 최소 5명 부상·200채 정전…드론 71대 격추 "최대 규모"
젤렌스키 "홀로도모르 91주년에 공격, 참상 되새기게 해…제노사이드 용서 불가능"
(서울·로마=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신창용 특파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시작된 이래 한밤중 최대규모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피해가 속출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키이우는 지난 9월 말 연이은 포화에 휩싸였다가 이후 52일간 러시아의 공습이 멈췄으나 이달 들어 지난 11일 미사일 공격에 이어 2주 만인 이날 또다시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날은 공교롭게 1930년대 구 소련 치하의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기근 대학살'인 홀로도모르(Holodomor) 91년 추모일이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새벽부터 러시아가 키이우 여러 지역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해 최소 5명이 다치고 건물 200여채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발사한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라며, 날아온 70여대의 드론 가운데 대부분이 격추됐다고 말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공군은 샤헤드 드론 71대와 미사일 1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키이우 시 당국은 침공이 시작된 이후 키이우에 대한 최대 규모 공격이라고 밝혔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 공지에서 "이번 공격으로 11세 소녀를 포함해 5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도시 전역의 건물이 파손됐다"고 전했다.
클리치코 시장은 또 유치원 한 곳을 비롯해 여러 곳의 화재도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지난겨울처럼 이번 겨울에도 드론을 이용해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노릴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이번 공격으로 키이우에 있는 주택 77채를 포함해 약 200채의 건물에 전기가 끊겼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세르게이 푸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밤 우리는 서곡을 들은 것 같다. 겨울철의 서곡이 들리는 것 같다"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홀로도모르 91주년인 이날 가해진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과거의 참상을 되새기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20세기에 경험한 끔찍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범죄를 잊고, 이해하고, 특히 용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어로 '기근을 통한 대량 살해'를 의미하는 홀로도모르는 1932∼1933년 소련 독재자 스탈린이 우크라이나에서 곡물뿐만 아니라 종자까지 징발하는 바람에 많게는 1천만명이 굶어 숨진 대기근 사건을 일컫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홀로도모르의 날로 정하고 매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홀로도모르가 소련의 농업정책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소련 통치에 반발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을 탄압·말살하기 위해 스탈린이 고의로 일으킨 제노사이드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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