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러-크림반도 연결 해저터널 건설 논의 정황"
워싱턴포스트, 우크라 정부 제공 이메일 토대로 보도
中국영 철도건설공사·푸틴 측근 건설재벌 컨소시엄 구성 논의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러시아와 중국 국영기업이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해저터널 건설 계획을 비밀리에 논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철도 건설회사인 국영 중국철도건설공사(CRCC)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간에 러시아-크림반도 해저터널을 건설하기 위한 컨소시엄 구성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지난달 말 대면 접촉을 가진 것을 비롯해 이메일 등을 통해 수차례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이메일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제공했다고 WP는 설명했다.
WP는 이 같은 시도는 러시아가 2014년부터 점령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우크라이나의 잇단 폭격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송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케르치 해협을 가로지르는 크림대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군이 안정적으로 병참을 확보하는 핵심 통로로 작용해 왔다.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와 크림반도 케르치를 연결해 '케르치 다리'로도 불리며 길이가 19㎞에 달하는 유럽 최장 교량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크림반도에 대한 확고한 장악 의지는 물론이고 우크라 전쟁 개전 이후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WP는 덧붙였다.
특히 기존에 크림대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인근에 추가로 해저 터널을 건설하는 데 따른 천문학적 비용 및 위험 부담 등을 감안할 때 러시아의 절박성 또한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 프로젝트는 상당한 정치 및 재정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그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인정하지 않아 왔으며, 실제 중국 국영기업이 터널 건설에 참여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 대상에 자국 기업이 포함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철도건설공사를 비롯해 컨소시엄 논의 대상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따르면, 공사 측은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4일 발신된 것으로 확인된 이메일에는 중국철도건설공사가 "크림지역에서 어떤 철도 및 도로 공사에도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기술돼 있으며, 이들은 크림반도에서 회의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철도공사는 2021년 모스크바 지하철 확장 공사를 비롯해 러시아에서 여러 차례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해당 컨소시엄에 참여하려 하는 러시아 기업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애초 크림대교 건설을 담당했던 건설 재벌 아르카디 로텐베르그 소유 회사들이 포함돼 있다고 WP는 전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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