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원팀'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사활…막판까지 표 단속
사우디 '오일머니' 맞서 '경협 패키지'로 개도심 표심 공략
최태원 '목발 투혼' 불사…재계 총수 파리 총집결해 막판 유치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동규 기자 =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와 재계는 막판까지 한 표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엑스포 판세는 박빙으로, 후발주자였던 부산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막판 스퍼트를 내며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추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오일머니' 맞서 '경협 패키지'로 개도국 공략
26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정상급 외교를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폈다.
범정부 유치 활동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각종 국제행사 등에서 90여개국, 500명 이상의 인사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 활동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이 국빈 방문 등을 통해 직접 찾은 국가만 10여개국에 달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90여개국의 150명 이상의 인사를 만나 정상급과 교류하며 기회가 날 때마다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부처의 장·차관들도 부처 관련 업무·출장으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고위급을 만날 때마다 부산엑스포 유치 당위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부는 특히 총리실 직속으로 산업부에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을 두고 범정부 차원에서 유치 성공을 위한 '필승 전략'을 짰다.
유치지원단은 엑스포 관련 각종 심포지엄과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등 BIE 일정에 대응하고 대외 홍보 등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대외 교섭 활동을 지원했다.
정부는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을 위해 '오일머니'를 앞세워 군소·개도국 공략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서 대규모 민·관 경제사절단을 동원한 '맞춤형 경협 패키지'로 아프리카 등 개도국의 표심을 두드렸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 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발전 스토리는 개도국 정상급 지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전략이 경쟁국인 사우디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심혈을 기울인 유치 외교 활동을 요란하게 홍보하지 않았지만, 내실 있는 외교 행보를 이어가며 실리를 챙겨왔다.
유치위는 내부적으로 BIE 회원국들을 '확실한 한국 지지', '한국 지지 전망', '중립 또는 이탈리아 지지', '사우디 지지 전망', '확실한 사우디 지지'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과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개 도시가 2030 엑스포 개최를 놓고 경합하는 가운데 1차 투표에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없으면 3위는 탈락하고 1·2위가 2차 투표에서 우열을 가리는 방식으로 개최지가 선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을 지지하는 '집토끼'는 지키고, 중립 또는 사우디 지지 성향의 '산토끼'를 잡기 위해 막판까지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사우디가 열심히 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우리 역시 정부와 민간이 한마음으로 '원팀'이 돼 사활을 걸고 끝까지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그간의 노력과 정성이 모여 대한민국이 저력을 발휘해 파리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최태원 '목발 투혼'…재계, 막판까지 총력전
재계 총수들도 바쁜 일정을 쪼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한 총리와 함께 부산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월부터 BIE 본부가 있는 파리에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장기간 상주하며 각국 BIE 대사를 만나 설득하는 한편 주변국을 돌며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열흘 동안에만 중남미와 유럽 등 7개국을 방문하는 등 그동안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나라만 180여개, 고위급 인사는 900여명이 넘는다.
SK그룹은 매년 경영 전략 구상을 위해 여는 'CEO 세미나'를 아예 파리에서 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국 정부와 여러 기업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승부를 점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곳에서 엑스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4차 경쟁 PT에 발목 부상에도 목발을 짚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리셉션에서 건배사로 '행운을 빈다'는 뜻이 담긴 "브레이크 어 레그"(Break a leg)를 외치며 "제가 파리로 오기 전 실제로 다리가 부러진 것이 세계엑스포 유치 준비를 하는 부산에는 행운을 의미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내년 사업 구상과 연말 인사 등으로 바쁜 시기지만, 파리에 집결해 막판 대규모 유치전을 함께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달 초 남태평양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현장에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마크 브라운 쿡 제도 총리, 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총리 등과 면담하고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에도 통가를 찾는 등 틈나는 대로 해외를 오가며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총수들도 해외 현지 방문과 방한 인사 면담 등을 통해 부산의 경쟁력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태왔다.
각자 사업 연관성이 있는 국가 등을 상대로 유치 활동을 해 온 재계 총수들은 앞서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와 6월 4차 PT 등에 총출동해 '합동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기업들은 대형 옥외 광고판 등을 통해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과 스페인 마드리드 카야오 광장 등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통해 총 30만회의 홍보 영상을 상영했다. 런던 시내 곳곳을 누비는 '부산엑스포 택시'도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파리 시내 주요 명소와 쇼핑몰 등에 있는 270여개 디지털 스크린을 활용해 유치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LG도 파리 전역을 주행하는 시내버스에 엑스포 유치 기원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재하고 파리 도심 곳곳에 300개의 광고판을 집중 배치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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