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진실의 순간 왔다…석유·가스투자 절반 줄여야"
"석유회사, 글로벌 친환경투자 1%만 기여…탄소포집 환상도 버려라"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석유·가스 분야 투자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IEA는 23일(이하 현지시간) 펴낸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 주요 배출처인 석유·가스 분야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간 8천억달러(약 1천40조원)에 달하는 석유·가스 분야 투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석유 등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감축해야 세계가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할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대기로 올라가 지구를 뜨겁게 달궈 기상 이변을 포함한 여러 악영향을 끼친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업계는 인간의 활동과 관련한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석유와 가스는 이 가운데 약 절반을 담당한다.
또 총 메탄가스 배출의 60%는 석유·가스 회사들에서 나온다. 20년 기준 메탄의 온실가스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약 87배를 넘는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보고서에 "석유·가스 회사들에 진실의 순간이 찾아왔다"면서 "모든 석유·천연가스 생산업체는 메탄 유출과 연소를 포함해 자체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IEA는 또 석유·가스 업계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설비 투자의 50%를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업계의 설비투자 중 약 2.5%만 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입됐고, 글로벌 친환경 투자에서 석유·가스 회사들의 기여분은 1%에 불과하다.
IEA는 업계가 탄소 포집이 기후변화의 해결책이라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기 수요와 투입 금액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대기 온도가 오르는 것을 1.5도로 막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320억t의 탄소를 이용하거나 포집해야 하는데, 여기엔 2만6천TWh(테라와트시)의 전기가 필요하다. 작년 전 세계 총 전기 수요보다 많다.
금세기 중반까지 필요한 투자 금액 역시 연간 3조5천억달러로, 최근 몇 년간 석유·가스 산업 전체의 연간 수입과 맞먹는 규모다.
탄소 포집은 화석연료를 연소해 생성된 이산화탄소(CO₂)를 대기로 방출되기 전 포집해 해저 같은 지층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막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왔다.
보고서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를 일주일 앞두고 나왔다.
작년 이집트에서 열린 COP28에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한 인사 400명이 참석한 만큼 이들은 올해도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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