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선서 극우 압승…'네덜란드판 트럼프' 집권 유력
자유당 150석 중 37석 …反이민 정서 고조에 유럽 '극우 돌풍'
4회 연속 총선 승리 집권 여당 3위로 참패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예고한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압승했다.
유럽에서 몰아치는 반(反)이민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 돌풍'이 네덜란드의 총선을 휩쓸면서 '네덜란드판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60) 자유당 대표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23일(현지시간) 네덜란그 공영방송 NOS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선거 개표가 99.3% 마무리된 시점에 자유당은 득표율 23.5%로, 전체 하원 150석 가운데 37석을 확보해 1위를 차지했다.
전날 투표 종료 직후 공개된 출구조사 예측결과(35석)보다 2석 더 많다. 직전 총선에서 자유당이 얻은 17석의 배 이상이다.
2위는 좌파 성향의 녹색당·노동당 연합(GL-PvdA)이 득표율 15.5%로 25석을 차지했다. 현 연립정부의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은 24석(15.1%)을 얻는 데 그쳤다.
직전 네 차례 총선에서 부동의 1위로 연정 구성을 주도했던 마르크 뤼터 현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으로선 13년 만의 충격패다.
이어 4위는 8월 창당한 신사회계약당(NSC) 12.8%로 20석을 확보했고, 나머지 11개 군소정당이 한 자릿수 의석을 확보하며 하원에 입성했다.
자유당은 2006년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 빌더르스 의원이 자유민주당을 탈당하고 창당했다.
이민자 대폭 감축, 이슬람 사원 폐쇄 등 극우적 색채가 강한 배타적 민족주의 정책은 물론 네덜란드가 유럽연합(EU)에서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당은 2017년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한 적은 있지만 창당 이래 연정에 참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자유민주당과 다른 정당들이 자유당을 연정 상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자유당의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초접전으로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더 큰 격차로 승리하면서 연정 구성 주도권을 쥐게 됐다.
새 연정이 안정적으로 출범하려면 하원 150석의 과반인 최소 76석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유당은 최소 39석을 채울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
전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빌더르스 대표는 자유민주당, 신사회계약당을 비롯해 7석을 확보한 군소정당 농민시민운동당(BBB)을 포함하는 중도우파 연정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이 모두 동의하면 총 88석을 확보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빌더르스 대표는 총리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통상 네덜란드에서는 연정 구성 합의 타결 뒤 집권 여당 대표가 총리로 추천된다.
다만 그를 둘러싼 정치권의 평판이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정당별 공약도 차이가 작지 않아 총리 추천과 연정 구성까지는 수주에서 몇 달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빌더르스 대표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다른 정당들이 헌법에 위배되는 조처를 원하는 정당과 연정 구성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며 연정 구성 합의에 자신을 드러냈다.
이번 조기 총선은 뤼터 총리가 지난 7월 이민자 감축 정책을 둘러싼 내분을 이유로 연정 해산을 선언하면서 2년 만에 실시됐다.
투표율은 77.7%로, 2021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사흘에 걸쳐 치러진 직전 총선 투표율(78.8%)과 2017년 총선(81.9%)보다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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