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송 거부해 온 日, '日상대 항소심 승소'에 일단 무반응
2021년 패소 때도 항소 안하고 한국 정부에 '시정 촉구' 담화 발표·주일 한국대사 초치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23일 승소한 데 대해 일본 정부는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일본이 이날 공휴일인 점도 있지만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이 소송에 불응해온 그동안의 입장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한마디로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이 소송에 대한 참여도 거부해왔다.
이는 그동안 다른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도 마찬가지다.
실제 지난 2021년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1차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의 재판부가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항소도 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배상 판결이 확정되자 한국 정부 주도의 시정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 담화에서 "(이 판결은) 국제법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즉각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 외무성은 남관표 당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에 승소한 이용수 할머니 등 16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일본은 이전과 같이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을 펴면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는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를 포함한 일련의 역사 문제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 등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이에 배치되는 한국 사법부의 판단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현재도 기본 입장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 황성미 허익수 부장판사)는 이날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일본 정부가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이유로 '각하' 판단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인데, 이같이 판단한 1심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국제관습법상 피고 일본 정부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며 "당시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돼 합당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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