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석방 막전막후…"'물밑 창구' 카타르 주도 비밀협의체 가동"
카타르, 美에 하마스 납치 인질 정보 주며 미·이스라엘에 협의체 참여 '손짓'
바이든도 직접 '관여'…하마스 메시지는 카타르·이집트 채널 통해 전달
병원 급습에 하마스 협상 중단 '으름장'…'정상 운영' 약속 받고 복귀
하마스 19일 협상안 'OK' 후 48시간 미세조율…美측 "과정 고통스러웠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2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일시 휴전과 인질 석방에 합의하게 된 데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를 중재한 미국과 카타르의 긴박한 물밑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
이날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약 50명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4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약 50명의 어린이와 여성 등을 휴전 4일간 하루에 10여명씩 단계적으로 풀어주기로 했으며, 추가로 인질 10명을 석방할 때마다 휴전 기간을 1일씩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더힐은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납치해간 후 카타르가 인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소규모 조직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고 이 조직이 이번 인질 석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백악관에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 조직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 조시 겔처 백악관 부보좌관에게 이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비밀리에 가동된 이 조직은 하마스와 효과적이고 직접적으로 협상하는 과정을 담당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후 지난달 13일 바이든 대통령은 줌(Zoom) 통화를 통해 이스라엘에서 실종된 미국인들의 가족과 통화를 했고 그로부터 5일 뒤인 18일에는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인질 석방 문제를 논의했다.
또 닷새 뒤인 같은 달 23일에는 하마스에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 두 명이 석방되면서 이 비밀조직이 더 많은 인질의 석방을 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막후에서 복잡한 협상 과정이 이어졌고 여러 요구와 메시지가 카타르 도하에서 이집트 카이로를 거쳐 가자지구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일이 반복됐다.
이런 '비공개 외교'의 결과로 하마스가 결국 인질 50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들을 석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달 14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들 인질 50명을 석방하는 협상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늦게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 있던 맥거크 조정관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이 거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폴리티코는 하마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던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 협상이 정치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전히 난관은 남아있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통신선을 전부 끊어버리는 바람에 하마스에 정보를 전달하고 받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알시파 병원를 급습하자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비밀조직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병원 운영을 유지토록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하마스로 전해지자 다시 협상이 재개될 수 있었다.
지난 18일 맥거크 조정관이 협상안의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를 도하에서 만났다. 당시 카타르 측은 하마스로부터 의견을 전달받은 상태였다.
이튿날 맥거크 조정관은 카이로에서 이집트 정보기관 수장인 압바스 카멜 국가정보국(GNI) 국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하마스로부터 협상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48시간 동안 미세한 조정이 있었지만 결국 2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 석방과 휴전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상 과정을 두고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표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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