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피해' 급증한 호주, 5천억원 투자해 '사이버 범죄' 대응

입력 2023-11-22 13:54
'해킹 피해' 급증한 호주, 5천억원 투자해 '사이버 범죄' 대응

"사이버 공격, 앞으로 더 악화하고 위험 계속 커질 것"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정부가 최근 급증한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약 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2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각종 사이버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관련 지원 예산을 확대하는 내용의 '사이버 전략'을 발표했다.

클레어 오닐 내무부 장관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며 위험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며 "정보들이 떠돌아다니고 주요 인프라 시설들이 고장 나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는 사이버 공격에 가장 취약한 곳이 중소기업들로 보고 7년 동안 중소기업 사이버 범죄 대응 지원에 2억9천만 호주달러(약 2천5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또 주요 인프라 강화에 1억4천400만 호주달러(약 1천200억원), 지역 역량 강화와 협력에 1억3천만 호주달러(약 1천100억원) 등 총 약 5억9천만 호주달러(약 5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랜섬웨어 공격을 받을 경우 반드시 사이버 보안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다만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피해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커에게 일명 '몸값'(ransom)을 지불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오닐 장관은 "정부가 아직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몸값 지급을 금지할 적절한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호주 야당은 정부의 지원 규모가 너무 작으며 늦었다고 비판했다.

호주 신호국(ASD)의 연례 사이버 위협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지난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에 총 9만4천건의 사이버 범죄 신고가 들어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규모다.

또 사이버 범죄로 인해 2천명이 넘는 피해자가 평균 3만9천 호주달러(약 3천300만원)의 금전적 손실을 봤다.

특히 지난해에는 호주 최대 건강보험회사 메디뱅크가 해킹되면서 전·현 고객 9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몸값을 요구하는 해커들에 의해 일부 민감한 의료 정보가 공개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항만 운영사 DP월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시스템이 중단됐고, 이 영향으로 시드니와 멜버른, 브리즈번 등에 있는 항만 터미널 운영이 나흘 동안 중단됐다. 이 밖에도 주요 기업들이나 통신사들이 해킹을 당해 개인 정보들이 대거 유출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주의 낡은 시설과 부족한 기술 인력으로 사이버 보안이 취약해 해킹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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