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명단에 있을까"…애타는 이스라엘 인질 가족(종합)
고혈압·당뇨 고령에 중상자·암환자·산부·영아…이미 사망자도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인질 석방 협상이 22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되자 인질의 가족도 일단 안도하면서도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을 대표하는 '인질과 실종자 가족 포럼'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일부라도 석방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정확히 언제 누가 석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이번 휴전 합의에도 석방 규모가 전체 인질 240여명 중 50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인질은 언제까지 더 하마스에 붙들려 있어야 할지 모르는 가족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억류 중인 인질 240여명에는 80대 고령자, 환자, 영유아, 산부가 포함돼 있다.
고령자 중에는 고혈압, 당뇨, 심장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아 의약품이 매일 필요한 이들도 있다.
86세의 인질 아례 잘마노비치는 이미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 도중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하마스가 밝힌 바 있다. 납치될 때 임신 9개월의 만삭이던 한 태국인 인질은 억류 중에 출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여성도 3명 있다.
이들 중 한 명인 에후디트 와이스(65)는 지난주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이미 숨진 채 발견됐다.
하마스가 억류한 어린이 인질은 40명 정도인데 발육부진으로 영양제를 먹는 아이가 있고 생후 10개월 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년 중에도 심리적 상태가 불안해 약물 치료를 받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폭력에 중상을 입은 채 잡혀있는 이들도 있다.
미국인 허시 골드버그-폴린(23)은 수류탄과 총격에 한 손을 잃었고 야덴 비바스는 해머에 머리를 맞았으며 가이 일루스는 총상을 입었다.
이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인질의 가족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유방암 수술 뒤 재활하던 카리나 엥걸버트(51)의 형제 디에고는 건강상태가 어떤지 정보가 전혀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NYT에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지 통증을 완화할 약, 암 재발을 막을 약을 먹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인질 가족들을 지원하는 이스라엘 의사인 하가이 레빈은 인질들이 생사 갈림길에 몰렸다고 우려했다.
레빈은 "모두 식량과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속되는 트라우마 속에 40일 넘게 지하에 붙들려 있다"며 "작은 상처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질의 가족과 친지는 수십명 정도로 예상되는 석방자 명부에서 가족이 누락될 가능성 때문에 애가 타고 있다.
사촌과 그 가족이 인질로 끌려간 이파트 자일러는 CNN에 "애들 엄마와 애들이 인질 협상 명부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시누이와 조카가 인질로 잡힌 조하 에비그 도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며 "이스라엘 정부조차도 아무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속을 태웠다.
인질 가족들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인질에게 접근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미르야나 스폴야릭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는 전날 카타르에서 하마스의 지도자를 만나 인질 접근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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