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장관, 팔 수감자 사형 추진…인질 가족들과 충돌
협상에 차질 우려…"아랍인 살해 얘기 그만, 유대인 구하는 게 당신 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 극우 성향의 장관이 자국에 테러 혐의로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의 사형을 추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가족들과 충돌했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의회 크세네트에서 열린 공청회에 인질 가족들이 참석,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등 극우 성향 인사들과 부딪혔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일변도 조치로 갈등을 키워온 벤-그비르 장관은 자국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벤-그비르 장관이 논의한 법안은 현재 의회 내에서 논의 중으로, 법안 제정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있으며 철회도 가능하다.
인질로 잡힌 가족들의 사진을 들고 의회를 찾은 이들은 답답한 현 상황의 우선 해결을 호소했다.
사촌 동생이 인질로 잡혀있다는 길 디크먼은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외쳤다.
그는 이날 공청회를 주관한 국가안보위원회의 츠비카 포겔 위원장에게도 더 이상 청문회를 진행하지 말아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6주째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은 벤-그비르 장관이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문제를 다시 조명함으로써 인질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처형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이 하마스를 자극해 인질 석방을 더 어렵게 하거나 그들을 학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포겔 위원장은 "이 짐승들에게 더 이상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며 하마스가 인질 가족들을 조종해 법안을 무산시키려 한다며 공청회를 강행했다.
아내와 딸이 납치된 헨 아비그도리는 "죽은 자들에 대해 얘기하는 대신,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 말하라. 아랍인들을 죽이는 것 얘기는 그만하라. 유대인들을 구하는 것에 대해 말하라. 이게 당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벤-그비르 장관과 같은 유대권력당 소속 알모그 코언 의원은 가족들을 향해 "당신들은 고통에 대한 독점권이 없다"며 강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우리 또한 친구 50명 이상을 묻었다"며 "우리가 아랍인들을 죽이고 싶어 한다고 말하지 말라. 우리는 안식일(10월 7일)에 그들을 죽이러 가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를 죽이러 왔다"고 말했다.
얼마 후 코언 의원은 기침으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TOI는 전했다.
그는 이후 채널12와의 인터뷰에서 사과를 거부했다. 또 인질 가족들이 쓰는 언어에 대해 격하게 반응하긴 했지만 지금은 벤-그비르 장관의 법안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약 240명이다. 가족들은 현재 이들이 살아있는지,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치료는 받고 있는지 등 전혀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하마스가 석방한 인질은 4명에 불과하다. 1명은 이스라엘군에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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